[앵커]
성폭행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가 하면, 화가 풀릴 때까지 가해 남성을 때리게 해주겠다고 제안한 검찰 수사관이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위법성을 조사하는 대신 엉뚱한 제안을 내놓은 겁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지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 2월 수사기관을 찾았던 24살 이모 씨.
석 달 뒤, 의정부지검 수사관 김모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모 수사관 (수사관-피해자 가족 통화) : (원래 그런 식으로 한다고요?) 그 사람이 돈 준다고 그러니까 피해자들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 돈 얼마 받고 싶어 하는지, 피해자에게 그렇게 해줘요. 수사관이.]
상대방이 자백하지 않는 한 재판에 넘길 수 없다며 합의를 권한 겁니다.
[이모 씨/고소인 : 저는 절대 아니라고. 나는 그 사람 진짜 죗값 치르게 하고 싶다고.]
그러자 수사관은 이 씨에게 검찰에 상대를 불러 때리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김모 수사관 (수사관-피해자 가족 통화) : (피해자가) 때리고 싶으면 그(가해자)에게 물어서 얘가 때리고 싶어 한다, 네 뺨이라도 때리고 싶다, 발로 차고 싶어 한다, 맞을 용기가 있느냐, 맞겠다 하면 맞으면 돼요. 그냥. 때리면 돼요.]
사적 보복을 주선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했다는 겁니다.
[이모 씨/고소인 : 그 간호사가 어떤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대요. 그런데 자기가 그 사람에게 제안을 했대요. 네가 분이 풀릴 때까지 피의자를 때리게 해주겠다.]
이후 검찰은 피해자 이 씨를 직접 불러 조사하지 않고, 사건은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현재 한 지방 검찰청에서 인권보호를 담당하고 있는 해당 수사관은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한 제안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모 수사관 : 본인이 화가 나서 도저히, 너무 밉고 하면 때리고 하잖아요. TV 같은 데 보면. 뺨도 때리고, 그렇게 화가 풀리실 거 같으면.]
의정부지검 측은 "사건을 불기소할 경우 피해자 의견을 묻는데 오해가 생길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성폭력 피해 상담 2055건을 분석한 결과, 2차 피해의 17.5%가 경찰과 검찰, 법원 등에서 발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