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속되는 폭염, 누구나 힘들겠지만 나이가 많은 분들은 더 괴로우실 겁니다. 노인들이 더위를 피할 곳을 찾아 최근 인천공항으로 모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수진 기자가 한 노인을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바깥 기온은 섭씨 34도.
집을 나선 80대 노인은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젊은 승객들 틈에 시선 둘 곳이 없습니다.
그저 창 밖 풍경만 바라볼 뿐입니다.
그래도 가려는 곳이 있습니다.
[나이가 먹으니 할 게 없잖아. 집에 있으면 뭐해. 만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한 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곳은 인천공항.
외국 나갈 일은 없지만 시원하고 사람 구경하기 좋아서입니다.
[여기 오면 추운지도 모르지, 더운지도 모르지. 그래서 다 여기 모이는 거야.]
폭염 속에 갈 곳 없는 노인들이 공항으로 모여든 겁니다.
[오늘 처음 만났어. 서로 통하니까.]
큰 가방 든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노인들은 섬 같은 존재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관심도 공통점도 없습니다.
[(여행) 가고 싶지. 가이드가 나이 먹으니까 꺼려해.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온종일 이륙하는 비행기 구경을 합니다.
벤치에 누워있거나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마음 편하지는 않습니다.
[미안해서….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되니까. 또 둘이 있기는 너무 무료한 거야.]
더위 피할 곳 없는 노인들의 인천공항 출퇴근이 여름 내내 이어지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