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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칼레의 시민, 칼(KAL)의 세 모녀'

입력 2018-05-3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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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프랑스 북부 칼레의 시청사 앞에는 오비스트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 이 서 있습니다.

동상은 지나는 이들과 어깨라도 스칠 듯 가까운 거리에 놓여서 도시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칼레의 시민들이 사랑하는 그 작품이 도시 중심에 세워진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4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중에 영국의 공격을 오랜 시간 버텨낸 칼레의 시민들은 결국 항복을 선언했지만…

영국 국왕은 항복의 징표로 시민대표 6명을 뽑아서 처형대 앞에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때 스스로의 목에 끈을 묶은 채 앞으로 나선 사람들.

칼레시의 가장 부자가 앞장을 섰고 시장, 법률가, 귀족이 차례로 지원을 했습니다.

요행히 타인보다 무언가를 많이 갖게 된 자들의 의무란, 때로는 이렇게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실천으로 보여주었던 것이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라는 말은 이때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매우 거창하게 설명을 했지만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의 세상에서 우리가 더 가진 이들에게 원하는 것은 그때만큼 그리 거창하거나 가혹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나며 몇몇 미담이 회자되었던 재벌 회장에 대해서도 한 기자는 "그라고 완벽했을 리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 흘린 노동자도 있을 것이고 재벌기업 엘지에 복장 터진 중소하청업체도 많을 것이다…그럼에도 흉보다 칭찬이 많은 것은…저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는 세간의 너그러운 인식 덕분이라는 지적…

다시 말해서 시민들이 바라는 재벌의 역할은 완벽한 그 무엇이 아니라 그저 지킬 것만 지켜주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아침 경찰에 비공개 출석한 그는 우산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보다 며칠 전에는 다소곳이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였으나 대중의 시선이 비켜난 곳에서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는 그 사람.

사람들은 그의 억지 사과를 이미 믿지 않습니다.

2018년의 한 계절이 미처 다 가기도 전에 줄줄이 포토라인에 나왔던 그들의 이런 모습 또한 사람들 마음속에 마치 동상처럼 남아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

다시 로댕의 작품 속 갈등하는 인간의 얼굴을 들여다보죠.

남들보다 요행히 무언가를 더 갖게 된 사람들.

그들이 기억되는 방식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사람들과 어깨를 스치듯 가까이 다가서고자 했던 칼레의 시민…

그리고 물컵과 괴성, 가위와 땅콩으로 기억될 KAL의 세 모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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