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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회 백상]심사 채점 결과 공개, 어떻게 뽑았나

입력 2018-05-08 10:02 수정 2018-05-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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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회 백상]심사 채점 결과 공개, 어떻게 뽑았나

제54회 백상예술대상이 최종 심사 채점 결과를 공개했다. 백상예술대상 사무국은 8일 TV 부문과 영화 부문 심사위원이 최종 심사에서 채점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사위원들은 후보자(작)에게 최고 5점부터 최저 1점까지 차등 점수를 매겼다. 대상은 전 부문 후보 중 한 작품 혹은 한 명만 추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대상자(작)은 해당 부문에서 제외되며 그 부문 차점자(작)가 영예를 가져갔다. TV 부문은 작품으로 '비밀의 숲'과 배우 조승우가 후보로 나왔다. '비밀의 숲'이 총 7표·조승우가 1표를 받았다. 영화부문은 '1987'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가운데 송강호·김윤석·'택시운전사'가 후보로 거론됐다. 이로써 '비밀의 숲' '1987'이 대상을 받았고 작품상 부문은 2등인 '마더' '남한산성'에게 돌아갔다.

TV 부문 심사위원은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심사위원장) 김미라 서울여자대학교 교수·김옥영 스토리온 대표·성준기(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이동규 동덕여자대학교 교수·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홍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김은숙 작가(특별 심사위원)까지 총 8명이다.
영화 부문은 최동훈 감독(심사위원장) 권칠인 감독·김수진 영화사 비단길 대표·백은하 영화기자·변재란 순천향대학교 교수·서우식 콘텐트W 대표·최건용 극동대학교 교수·박찬욱 감독(특별 심사위원)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 선정은 심사위원추천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결정됐다. 심사위원 선정부터 철저히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여기에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예비후보설문단을 구성, 업계 전문가들에게 미리 의견을 들었다. PD·작가·감독·제작사 대표 등 40명으로 구성된 예비후보평가단의 설문자료를 바탕으로 TV·영화 부문 심사위원이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했고 수상자가 가려졌다.
[54회 백상]심사 채점 결과 공개, 어떻게 뽑았나

TV 부문 채점 결과

대상은 '비밀의 숲'이 압도적이었다. 웰메이드 수작이라 불리는 평가답게 이수연 작가의 글과 조승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최고의 작품이 탄생했다. '국내 드라마는 '비밀의 숲'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대상 선정 과정에서도 몇 차례 나왔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비밀의 숲'이 보여준 작품성은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한 번 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몰입감은 본방송 시점 당시 일주일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괴롭게 만들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자연스레 조승우로 의견이 좁혀졌다. 심사위원 총 합계 40점 중 34점의 고득점을 기록했다. '역적' 김상중을 5점 차이로 따돌리며 영화 '말아톤' 이후 13년만에 또한 TV 부문으로는 처음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여자는 이번에도 치열했다. '미스티' 김남주 '마더' 이보영 '품위있는 그녀' 김선아 3파전으로 좁혀졌다. 김옥영 대표는 "김남주는 인생 연기를 보여줬다. 6년만에 컴백해 전성기 이상의 연기력으로 TV 화면을 꽉 채웠다. 40대 여배우의 자존심을 세운 전문직 연기였다"고 평가했다.

올해 첫 신설된 조연상 중 남자 부문이 가장 접전지였다. 다섯명의 후보 발표 당시에도 많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누가 받아도 이견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박호산 '비밀의 숲' 유재명 '리턴' 봉태규까지 그야말로 3인 3색 연기대결. 3파전에서 박호산과 유재명이 끝까지 접전했고 결국 박호산이 트로피를 가져갔다. 여자 부문은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생활연기로 호평을 받은 예지원에게 높은 점수가 주어졌다. 김미라 교수는 "처음 신설된 부문이다보니 1년간 활약과 그 전에 보여준 연기를 같이 평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상 만큼 심사가 까다로운 부문 예능상이다. 올해도 많은 예능인들의 활약 덕분에 쉽게 수상자가 결정되지 못 했다. 데뷔 26년만에 처음 시상식장을 밟은 송은이와 '나 혼자 산다'로 계속해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박나래는 끝까지 겨뤘다. 송은이의 수상에는 예능인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로서 자격도 한 몫 했다. 이동규 교수는 "송은이는 비보컨텐츠랩을 운영하며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예능 제작에 힘을 쓰고 있다. '판 벌려' '영수증'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 이슈화 시켜 지상파까지 진출시키는 등 다양한 활약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신인상은 가능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여자 부문서는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더'에 발탁된 허율이 '언니'들을 제치고 수상했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원작의 아이 연기를 능가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첫방송부터 한 번에 걱정을 날렸다. '사랑의 온도' 양세종은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낭만닥터 김사부' '사임당' '듀얼' '사랑의 온도'까지 1년간 보여준 성과가 엄청나다. 이동규 교수는 "유독 필모그라피가 많았던 올해의 님지 신인상 후보 중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건 양세종이었다"고 말했다.

[54회 백상]심사 채점 결과 공개, 어떻게 뽑았나

영화 부문 채점 결과

영화부문은 첫번째 후보 선정 회의를 통해 각 부문 5명의 후보자를 1차로 선정,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부분 의견 조합을 진행 하면서 후보자 결정에만 약 일주일의 시간을 소요했다. 이후 수상자 선정 1차 심사, 후보 결격 사유에 대한 재논의, 그리고 시상식 당일 오후 최종 심사까지 크게 4차에 걸친 열정 넘치는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확정지었다.

영화부문 수상자 선정 심사는 본격적인 회의 전 각 심사위원들이 점수표에 5점부터 1점까지 점수를 매겼고, 합산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를 우선 수상자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5점을 받은 1등 표수보다 4점에 해당하는 2등 표수가 더 많은 후보가 총점에서는 높은 경우가 발생하면서 거수 혹은 무기명 재투표로 모든 심사위원들이 납득하고 인정하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가장 많은 논의 과정을 거친 부문은 역시 대상이다. 대상은 특별한 후보없이 모든 영화,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백지를 채워야 하는 부문이다. 심사위원들의 의견 역시 좁혀질 듯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최종 대상 수상작이 된 영화 '1987' 외 지난해 1000만 관객을 울린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과 '택시운전사'의 주역 김윤석, 송강호 역시 대상 후보로 꼽혔다.

'1987'은 최초 점수표에서 노미네이트 된 6개 부문 중 예술상을 제외한 5개 부문(작품상·감독상·남자최우수연기상·남자조연상·시나리오상)에서 모두 최고점을 얻었다. 심사위원들은 '각 부문을 나눠 줄 것이냐, 통합해 대상으로 줄 것이냐'에 대해 심도깊은 토론을 거쳤다. 제일 큰 상이라는 이유 뿐만 아니라 '1987'의 결과에 따라 각 수상자가 달라질 수 있었던 상황이라 결코 쉽게 결정내릴 수 없었다.

특히 각 심사위원마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모두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주장을 펼쳐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했다. '1987'을 지지한 심사위원은 "80년대를 다룬 영화가 수 없이 많지만 '1987' 만큼 영화적인 완성도와 메시지가 명확하게 담겨있는 영화는 없었다. 관객들과 소통하는데 성공했고, 많은 영화인들로 하여금 배움과 동시에 반성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를 대상 후보로 꼽은 심사위원은 "'택시운전사' 역시 전혀 다른 시각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그려냈다. 1000만 관객을 움직인 근거가 바로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송강호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윤석은 작품상을 놓고 격론을 펼친 '1987'과 '남한산성' 두 편을 이끈 주연배우로 대상 후보에 올랐다. "'남한산성'과 '1987' 속 김윤석은 같은 배우가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다른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면서 '배우 김윤석의 성장'을 볼 수 있었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올해 영화계 자체가 배우 개인의 힘보다 작품과 감독의 힘이 우세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라 '1987'을 대상에, 김윤석을 남자최우수연기상으로 올렸다.

대상이 장준환 감독과 작품을 모두 포함한 '1987'로 결정되면서 작품상과 감독상은 '남한산성'과 '신과 함께-죄와 벌' 김용화 감독에게 돌아갔다. 작품상은 애초 '1987'과 동점을 받은 '남한산성'이 우세했지만 심사위원들은 '신과함께-죄와 벌'을 다시 거론했다. 결국 '남한산성'과 '신과함께-죄와 벌' 그리고 황동혁 감독과 김용화 감독을 두고 재투표에 재투표를 진행, '남한산성'이 작품상, 김용화 감독이 감독상을 가져가게 됐다.

김윤석이 대상 후보로 언급됐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남자최우수연기상으로 쉽게 결정된 것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접전의 대상이 된 배우는 바로 복병 마동석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누가 받아도 상이 아깝지는 않다"는 전제 아래 심사를 진행, "지난해 트로피를 나눠 싹쓸이 한 송강호와 설경구도 대단하고, 마동석의 등판도 흥미롭다"면서도 실존 인물, 그것도 악역을 맡아 영화의 중심축을 세운 김윤석을 최종 지지했다. "김윤석이 되살려낸 '탁 치니 억 하고' 대사 한 마디로 수상자가 이미 결정 났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이다.

나문희 또한 1차 심사부터 최고점을 받았다. 하지만 단 세 작품만으로 월등한 성장을 보여준 김태리와 여배우로 전무후무한 액션 영화를 홀로 이끈 김옥빈을 꼽은 심사위원들도 있었다. 특히 김옥빈은 마지막까지 나문희와 우열을 가렸고, 여자최우수연기상 역시 두번에 걸친 재투표를 진행해야 했다. 심사위원들은 "모든 부문이 그렇지만 최종적으로는 '대체불가 연기'에 대해 초점을 맞춰 심사할 수 밖에 없다. 여배우로 액션 영화를 홀로 이끈 김옥빈의 능력이 우수하게 평가됐지만 연기력만 두고 비교했을 때 내공의 나문희와 김옥빈은 비교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나문희에 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변과 감동을 동반한 남녀조연상은 10년 만에 트로피를 손에 쥔 박희순, 생애 첫 백상 노미네이트에서 신인상을 건너뛰고 조연상을 받은 이수경이 심사위원들의 애정 속 선택됐다. 후보 공개 후 네티즌들은 물론, 영화 관계자들까지 '범죄도시' 진선규 혹은 '신과 함께-죄와 벌' 김동욱의 조연상 수상을 우세하게 점쳤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박희순을 놓치지 않았다. "박희순은 연기를 할 때 속된 말로 특유의 '쪼'가 있는 배우다. 근데 '1987'에서는 그것을 완전히 버렸더라. 그의 연기는 분명 대단했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연기를 통해 확인 가능했다" 김윤석에게 "탁 치니 억"이 있었다면 박희순에게는 "받들겠습니다"가 있었다. "받들겠습니다"는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다.

여자조연상 후보들은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렸다. 한 심사위원은 "도저히 점수 차를 둘 수 없다"며 '1점'만 표기하기도 했다. 때문에 영화부문 여자조연상 총점만 유일하게 105점에 맞춰지지 않는다. 냉정하고 까다로운 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이수경은 후보 선정 회의 때부터 심사위원들의 칭찬과 호평을 한 몸에 받은 배우다. 이수경이라는 배우의 발견과 존재감은 모두를 흐뭇하게 만들었고, 심사 과정에서 이수경이 거론될 땐 "너무 잘했어. 진짜 잘했어"라는 말이 꼭 붙었다. '침묵'으로 이수경과 나란히 노미네이트 된 이하늬와 '아이 캔 스피크' 염혜란도 지지를 얻었지만 결과는 기승전이수경.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트로피를 품에 안은 이수경은 "자격이 없다면 자격이 되는 배우가 되겠다"는 눈물 소감을 쏟아냈다. 영화계와 심사위원들은 그 자격을 이미 알아봤다.

신인감독상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과 남자신인연기상 구교환은 비교적 순탄한 과정을 통해 선정된 주인공들이다. '1987'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은 부문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범죄도시'는 강윤성 감독에게 트로피를 수여하는 것으로 '범죄도시'가 한국 영화계에 남긴 의미를 되새겼다. 또 구교환은 7인의 심사위원들이 일찌감치 알아본 원석으로, 심사결과 모든 후보를 통틀어 유일하게 '30점대 점수를 점수'를 기록했다. 심사위원들은 "구교환은 거두절미하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수상자"라고 강조했다.

여자신인연기상 최희서는 이미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많은 트로피를 휩쓸었지만 백상 트로피를 거머쥐기까지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용순' 이수경, '리틀 포레스트' 진기주와 3파전을 벌인 것. 이수경이 '용순' 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지지를 얻어 조연상으로 꼽히면서, 최희서의 마지막 경쟁 상대는 진기주가 됐다. 거수와 재투표를 모두 진행한 끝에 최종적으로 최희서가 낙점됐다. 심사위원들은 "상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최희서를 열외로 두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일 수 있다"며 "지난해 등장한 신예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줬다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김진석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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