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투 운동은 이렇게 사회 각계각층으로 번져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피해를 폭로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억눌려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로 친족 간 성폭력 피해입니다. "여자라면 한번쯤 겪는 일이다", "가족 관계를 망칠 수 있다"면서 가족들마저 외면하는 현실.
어환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30대 초중반의 서모 씨와 손모 씨는 10대 초반 악몽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가해자는 모두 사촌오빠였습니다.
[손모 씨 : (사촌 오빠가) 침대로 데려가서… 노는 거라 생각을 해서 아무 저항 없이 끌려갔던 것 같아요.]
[서모 씨 : 자고 있는 방에 들어와서 속옷에 손을 넣는 식으로 추행을 했어요.]
어린 나이에 받은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계속 만나야만 했습니다.
[서모 씨 : 단체 카톡방에 설 인사를 하는데 그 오빠 사진을 보는데, 무섭다는 생각이 되게 많았고…]
[손모 씨 : 거의 한 식구처럼 세 집이 살았었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손모 씨 : 나만 참으면 모두가 이 상태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서모 씨 : 가족이잖아요. 엄마랑 고모 사이도 제가 걱정이 되는 거예요.]
10여 년이 흐른 후 어렵게 꺼낸 그 날의 일, 가족들의 엇갈린 반응에 따라 두 여성의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손모 씨 : '여자들 다 한번쯤 그런 일 겪는데', '할머니 쓰러지신다, 큰 일 난다' 그때 정말 다 무너진 것 같아요.]
[송미헌/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원장 : 가족들한테 말하고, 알아달라는 거였는데… 피해자들한테는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거죠.]
결국 손씨는 지난해 10월 집을 나왔습니다.
반면 서씨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서모 씨 : (친)오빠가 위로해줬죠. 후련했어요, 말 하는 것만으로도.]
서씨의 고백에 용기를 낸 친척 언니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최근 털어놨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중 10% 가량이 친인척에게 피해를 당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응이 두려워 대부분 가슴에 묻고 살아갑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고민해야 하는 가정과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비슷한 범죄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