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펜스룰'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신조라는 것이죠. 그런데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 '펜스룰'이 마치 남성들의 '미투 대처법'인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자는 논리입니다. 과연 적절한 대응 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팩트체크에서 판단을 해보시죠.
오대영 기자, 우선 펜스 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것은 맞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2002년에 더 힐이라는 의회 전문지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때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이었습니다.
아내가 아닌 여성과는 단 둘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니까 초선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한 나름의 원칙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이제 2002년 발언이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이슈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지난해 3월에 워싱턴포스트에서 보도를 하면서 계기가 됐습니다.
이 신문은 16년 전의 이 발언을 인용하면서 펜스의 보수적인 결혼관을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 이후에 미국 내에서 펜스가 여성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남성을 유혹하는 대상으로만 여성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나 영국의 메이 총리와는 그러면 밥을 안 먹을 거냐, 이런 조롱들까지 나왔습니다.
반면에 펜스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펜스룰이라고 부르면서 지지했습니다.
여성과의 1:1 만남을 원천봉쇄를 하면 성폭력을 막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미투운동의 적절한 대처법이라는 논리로 확대됐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성차별 논란이 일었던 펜스의 16년 전의 발언이 이제 와서 펜스룰이라는 이름으로 미투 대처법인 것처럼 왜곡이 된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3월에 그래서 펜스가 논란이 거세게 일자 이에 대해서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맥락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성차별 같은 해석을 반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미국에서는 큰 논란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이런 비판은 빠진 채 펜스룰이 마치 미투 과정에서 펜스가 내세운 자기관리법인 것처럼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습니다.
또 회식자리에 여성을 빼는 일, 업무대화에서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는 일 등을 펜스룰이라고 인식하도록 하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이런 인식들이 확산이 되고 굳어지면 결국에는 여성이 직장 내에서 더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기자]
심지어 여성의 채용이 축소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이미 그 전철을 밟아왔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습니다.
이에 대해서 법원에서 성희롱 가해자뿐만 아니라 고용주에게도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1년에는 고용주 책임을 못 박는 그런 내용으로 법도 이렇게 개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손실을 우려한 기업들이 남녀를 단절시키는 쪽으로 해법을 내놨습니다.
[홍성수/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 (회사가) 검열을 강화한다거나 접촉을 막는 조치를 아예 사규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회사가 그렇게까지 반응을 하니까 말을 아예 안 섞는다거나 남자들끼리만 비공식 모임을 조직한다거나 성평등하고는 정반대되는 상황인 거잖아요.]
[기자]
그래서 성희롱을 막자면서 내놓은 처방들이 오히려 성차별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