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투' 운동이 각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최영미 시인이 문단 내 성폭력을 비판하면서 작년 말 한 문예지에 발표한 시가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최 시인의 과거 성추행 피해 사실에 대한 고발로 읽힐 수 있는 시인데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권근영 기자의 보도를 보시고 최영미 시인을 만나겠습니다.
☞ [인터뷰 풀영상] 최영미 "'괴물', 그는 성폭력 상습범" (http://bit.ly/2nJFe9M)[기자]
최영미 시인이 '괴물'이란 제목으로 한 문예지에 발표한 시입니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이렇게 1인칭으로 시작된 시는 자신이 겪은 성추행 피해담에 이어 몇 년 뒤 가해자가 또 다른 이에게 성추행을 저지르는 것을 목격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 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JTBC와 통화에서 가해자와 일에 대해 말을 아꼈습니다.
[최영미/시인 : 제가 쓴 시에서는 제가 En이라는 이름으로 썼죠. 그 성폭력 가해자를…문단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우상숭배에 대한 풍자시입니다.]
그러면서 등단 26년차 시인으로 경험한 예술계의 특수한 상황을 거론했습니다.
이른바 문단 권력의 요구를 거절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잃고 사장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0여년 전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에서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또다른 문인들의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2년 전 문단을 흔들었던 성폭력 고발 운동이 재점화될 조짐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