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5만 원짜리 억대 현금 다발과 007 가방, 그리고 CCTV 없는 골목길. 범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남재준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직원은 이재만 비서관이 청와대 차량을 인근의 한 소극장으로 보내주면 이 차를 타고 청와대로 들어가 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임지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2013년 국정원장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안봉근 전 비서관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상납을 요구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에게 전달을 지시했다는 겁니다.
비서실장은 2013년 5월부터 매달 5000만 원 현금 다발이 든 봉투를 들고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비서실장은 청와대에 들어갈 때마다 "파견된 국정원 직원을 만나러 왔다"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후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의 사무실까지 찾아가 돈을 건네면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한 겁니다.
때로는 국정원 측에서 신원 확인 없이 출입할 수 있도록 이재만 전 비서관이 청와대 출입 차량을 인근의 극장으로 보내주기까지 했습니다.
극장 앞에 서 있으면 차가 와서 태우고 청와대로 들어간 겁니다.
이후 이병기, 이병호 원장 시절에는 청와대 주변 골목길이나 북악스카이웨이 노상에서 몰래 만나 돈가방을 전달하는 등 은밀한 방식은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이처럼 당시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이 비밀스럽게 이뤄진 점에서 일반적인 관행이 아니라 불법 뇌물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