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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부터 '은어'까지…일가족 살해사건, 영화같은 공모

입력 2017-11-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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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용인에서 친어머니와 의붓아버지, 이부동생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남 김모 씨가 범인으로 지목된 지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김 씨는 부인 등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요. 그리고 이달초 홀로 귀국한 부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 공모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계속 취재하고 있는 서효정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서 기자, 경찰이 홀로 귀국한 부인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는데 결국 공모 혐의를 실토했군요?

[기자]

네, 경찰은 정 씨가 지난 1일 귀국한 뒤 바로 체포해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남편 김 씨와 범행을 사전에 공모했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인데요.

결국에는 범행 전날 남편에게서 가족을 죽이겠다는 계획을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는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정 씨는 또 본인이 영화에서 본 장면을 얘기하면서 어떻게 살해할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번 진술은 그동안 부인해왔던 사전 공모 사실을 정 씨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영화에서 봤던 살해 방법을 제안했다는 말이 충격적인데, 실제로 남편의 범행에 살해 방법들이 반영이 됐습니까?

[기자]

실제로 범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남편 김 씨가 국내에 들어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사실 정 씨가 남편 김 씨와 범행 방법에 대해 상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보입니다.

김 씨는 지난 8월부터 정 씨에게 부모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어떻게 죽일지에 대해서도 상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 과정에서 실제로 목을 조르는 연습을 부인을 상대로 해서 정 씨가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는 "진짜 뒤에서 목을 졸랐는데 죽을뻔 했다. 그래서 욕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 씨가 남편과의 공모 혐의를 인정하기까지 여러 차례 진술을 바꾸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정 씨는 남편이 범행한 날 밤에 그 사실을 들어서 그제서야 알게 됐었다고 최초의 진술을 했었는데요.

하지만 범행을 알고 나서도 별 조치는 없었고, 다음 날 바로 남편과 함께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남편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바로 신고하는 게 예상되는데요. 그런데 정 씨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 뒤에도 이들 부부는 공항에서 명품 장지갑과 선글라스를 구매했고요. 뉴질랜드로 건너가서는 2층짜리 주택을 사고, 고급 승용차를 사면서 마치 새 삶을 준비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부 남편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한 행동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정 씨는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 얘기하기를 "남편이 만약 범행이 발각되면 너는 모르는 일로 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간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앵커]

범행 과정에서도 믿기 힘들 정도로 치밀한 시도들이 발견됐습니다. 어떤 시도들이 있었지요?

[기자]

네, 이들 범행은 범죄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계획적이고 대담했습니다.

일단, 특이한 점이 밀가루를 사용해서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던 점인데요, 유명 범죄 영화에 나왔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김 씨는 범행 뒤 숨진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공항으로 가져가는 등 수사를 교란시키려고 했던 대담한 모습도 보였고요.

친어머니와 이부동생을 살해하고 나선 "두 마리 잡았다, 한 마리 남았다" 이런 식으로 자기들만의 은어를 사용해서 범행을 의미하는 대화를 한 것으로도 나왔습니다.

[앵커]

왜 이렇게 살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까?

[기자]

처음엔 부부가 특별한 직업도 거처도 없었고, 남편 김 씨가 친어머니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던 상황이라 돈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었는데요.

경찰도 친어머니를 살해한 뒤 김 씨가 어머니 계좌에서 1억2000만 원 정도를 빼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정 씨 진술에 따르면, 김 씨가 기존에도 정 씨에게 친어머니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정 씨에게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발언도 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 씨가 재혼가정에 불만을 갖지 않았나, 이런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요.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하나로 단정짓기보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앵커]

범행 동기를 정확하게 조사하기 위해서는 남편 김 씨의 국내 송환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언제쯤 들어오게 될까요?

[기자]

네, 법무부는 김 씨 인도 요청 관련 서류 초안을 뉴질랜드에 보낸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씨도 송환에 이의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서류 작업만 완료되면 그 다음부터는 바로, 조만간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네, 계속해서 취재해주시기 바랍니다. 서효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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