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JTBC는 여러 명의 조종사들을 심층 인터뷰해서 80년 5월에 광주행 전투기 출격 대기 명령이 있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습니다.
☞ [단독] "5·18 직후 폭탄 장착한 채 출격대기" 당시 조종사 '증언' (http://bit.ly/2iigWnQ)그런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이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를 했던 바로 그날, 1980년 5월 21일, 공군참모총장의 지시로 광주비행장의 F-5 전투기 2대가 비상대기했던 사실이 군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까, 조종사들의 증언 외에 문서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조종사들의 증언을 폄하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1980년 계엄군이 작성한 5.18 당시 광주 상황전파 문건입니다.
계엄군이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한지 약 3시간 뒤인 5월 21일 오후 4시 35분, 공군참모총장이 F-5 전투기 2대에 비상 대기 지시를 내렸습니다.
비상 대기는 폭탄이나 기총, 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곧바로 출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라는 뜻입니다.
참모총장이 비상대기를 지시한 이유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다시 펼 수 있지만, 북한에 대비한 것이었다면 2대만 대기시킨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직접 비상대기 지시를 내린 윤자중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1995년 검찰 조사에서 "북한 공군이 평상시와 다르게 활동하지 않았고, 남침할 징후는 전혀 찾아보지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비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남은 건 광주 시민들을 향한 공격 혹은 위력시위 가능성입니다.
당시 계엄군은 시민들이 비행장에 침입할 수 있다면서 광주에 있던 항공기들을 21일 밤 예천, 대구 등으로 내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비행장에 접근을 시도하면 기지 방어 명목으로, 전투기를 띄워 위력시위를 하거나 실사격을 고려했을 수 있습니다.
바다 혹은 지상의 목표물을 비추는 플레어, 즉 조명탄을 장착한 수송기를 함께 대기시켰기 때문에, 지상에 대한 실제 공격을 준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영상편집 : 김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