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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계단 없는 지하철역…출근길 '고통'

입력 2017-09-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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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루 만명 가까이 이용하는 한 지하철역 주요 출입구에 계단 없이 비좁은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곳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출근시간대는 역 입구부터 긴 줄이 늘어서는데 주민들이 몇 년째 불편을 호소해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지하철 복정역 앞입니다. 제 뒤로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앞쪽은 버스 환승센터고요. 제 뒤쪽은 버스 정류장입니다.

즉, 양쪽에서 내린 버스 승객들이 이 출입구를 이용하게 되는데, 이 출입구에는 계단이 없이 에스컬레이터만 설치해놓은 상태입니다.

아침 7시가 지나서부터 역 앞은 장사진을 이룹니다. 일분일초가 급한 직장인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까지 수십 미터를 한 줄로 천천히 걸어가야 합니다.

에스컬레이터의 폭이 어른 한 명만 지나갈 정도로 좁은데다, 걷거나 뛰지 말라는 안내가 곳곳에 붙어있어 날마다 병목현상이 반복되는 겁니다.

[인근 상인 : 앞에 길게 이렇게 선다고 하더라고. 여기가 좁잖아요, 내려가는 길이. 한 줄밖에 안 되잖아요. 근데 막 한꺼번에 몰리니까…]

역 내부와 지상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도 없습니다.

기다린 끝에 안으로 들어가도 폭이 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들보다 급해도 앞서 가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면 인명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2년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2013년 분당선 야탑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각각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사고가 났던 출입구 모두 계단이 없고 에스컬레이터만 있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폭이 좁아서 발생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닙니다. 먼저 거동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탑승할 수가 없고요. 이렇게 유모차를 가져오는 경우에도 접지 않으면 바퀴가 걸리기 때문에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유모차를 가져오거나 전동 휠체어를 탄 경우에는 다른 출구를 이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얼마나 걸리는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역 앞 사거리는 모든 방향이 왕복 10차선 도로로 횡단보도도 길고 교통량도 많습니다.

그나마 가까운 1번 출구는 5분 넘게, 주유소 앞에 만들어진 3·4번 출구는 8분 가까이 걸립니다.

복정역 2번 출입구에는 2004년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습니다.

이후 위례신도시가 개발되고 최근 몇 년 사이 입주자가 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째 문제를 제기해도 바뀌는 건 없었습니다.

[남궁욱/경기도 성남시 : 점점 입주민이 늘어날 것으로 알았을 텐데 미리 대책을 세워놓지 않고 있다가 민원을 넣어도 계속해서 같은 입장만 되풀이하는 게…]

8호선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환승센터가 들어서면 출입구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에스컬레이터 절반을 계단으로 되돌리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2004년에 서울시 지하철 건설본부에서 설치했고요. (1인용으로 만든) 이유는 그 출입구 통로 폭에 맞춰서 설치되다 보니까…]

하루 만 명 가까이 이용하는 이 지하철역에서 승객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매년 반복하는 '검토해보겠다'는 말 대신,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정철원, 영상편집 : 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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