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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방치 자전거 연 2만대…보관소에 '버려진 양심'

입력 2017-08-30 21:56 수정 2017-08-3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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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 또는 어디에 세워뒀는지 잊어버려서. 이런 저런 이유들로 서울의 자전거 보관 장소 마다, 방치된 자전거가 연간 2만 대가 넘습니다. 매일 50대가 넘는 자전거가 길가에 버려지는 셈이지요. 오늘(30일) 밀착카메라는 방치된 자전거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하철 출입구 바로 앞 부터 자전거가 빽빽하게 세워져 있는 이곳은 서울 대림역 8번 출구 앞입니다. 바로 앞을 보면 지자체에서 세워놓은 자전거 보관대가 있는데요.

이곳에 세울 수 있는 자전거는 불과 10여 대 밖에 되지 않습니다.

뒤를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요.

양쪽으로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보니까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폭은 불과 1m밖에 되지 않습니다.

맞은편에서 사람이나 유모차가 다가올 때는 자전거 사이로 비켜서거나, 끝까지 기다렸다 가야 합니다.

앞사람을 따라 한 줄로 종종걸음을 치며 걷기도 합니다.

이곳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들의 상태를 가까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 자전거는 이틀 전에 강제처분 예고장이 붙었는데요. 각종 전단지부터 먹다 버린 음료수 캔과 깡통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바로 옆 자전거에 부착된 보조 의자도 오랫동안 야외에 노출되면서 페인트가 벗겨지고 심하게 녹이 슬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자전거가 한두대가 아니라는 겁니다.

뒤쪽으로 가서 살펴볼까요. 이 자전거를 보면 손잡이과 보관소 거치대 사이에 이렇게 거미줄이 껴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요.

처분 경고장이 붙은 게 5월이니까 벌써 석 달 넘게 아직도 수거가 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자전거 전용 보관소는 상황이 어떤지 확인해봤습니다.

인근에 또 다른 전철역 자전거 보관소 앞으로 한번 나와봤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와 보면 1층과 2층에 걸쳐 모두 100여 대의 자전거를 세울 수 있게 마련돼 있습니다.

안내문을 보니까 열흘 이상 장기주차시 방치자전거로 강제처분 대상이 된다고 붙어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장에 먼지가 이렇게 뽀얗게 쌓인 자전거를 한번 살펴봤더니요.

이미 석 달 전에 장기 방치 자전거로 판단돼 강제 철거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방치된 자전거들이 자리를 차지한 탓에 정작 이용을 원하는 시민들은 자전거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유대순/자전거 보관소 이용 시민 : 지저분하죠. 자리도 없고. 지금도 자리가 없어서 저기에다 (세워놨어요.)]

지난해 서울시에서 강제 수거해 처분한 자전거는 2만여 대로 5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하루 평균 50여 대의 자전거가 거리에 버려지고 있는 겁니다.

서울시가 올해까지 2만대로 늘릴 계획인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맞먹는 수치입니다.

방치 자전거 현장 점검에 동행해봤습니다.

꼼꼼히 외관을 확인하고 작동상태를 점검해 방치 여부를 판단합니다.

[서울 송파구 방치 자전거 점검요원 : 체인이 탄 지 얼마 안 됐고요. 브레이크도 잘 잡혀요. 이런 것도 아직은 괜찮아요. 이 정도는.]

제동장치가 고장나고 녹이 슨 자전거는 어김없이 강제 처분 예고장이 붙습니다.

물론 한 자리에 오래 세워져 있었다고 해서 강제처분 대상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모두 빠져있거나 안장이 없어지고 브레이크 같은 주요 부품이 파손된 경우가 우선 수거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방치 자전거는 관련 법률에 따라 강제 처분 예고장 부착 열흘 뒤부터 수거하고 2주 뒤에도 찾아가지 않으면 복지기관에 기증하거나 수리해서 재활용합니다.

자전거 보관장소마다 세워진 자전거 중에 수리 없이 곧바로 탈 수 있는 자전거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자전거 인구 1200만 시대,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방치된 자전거 활용법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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