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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땅은 넓고 경찰은 부족…'마 순경'이 떴다

입력 2017-08-2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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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파주시 도로변 곳곳에 최근 경찰관 복장을 한 마네킹이 최근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마 순경'인데요. 넓은 관할 지역을 챙길 경찰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놓은 고육지책인데, 운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밀착카메라로 확인해봤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빨간불 신호에도 정지선을 안 지키는 경우가 허다하고, 아예 횡단보도로 넘어오기까지 합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최근 5년 사이 보행자와 자동차 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청앞사거리입니다.

이처럼 보행자 사고가 빈번한 지역을 중심으로 경찰이 단속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마네킹에 경찰복을 입혀 배치한 겁니다.

여기에 서 있는 게 마네킹으로 만든 경찰관, 이른바 '마 순경'인데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모두 실제 경찰 보급품을 입혀놨습니다.

지금은 비가 오기 때문에 저처럼 이렇게 우비를 입고 있고요. 손에 들고 있는 경찰봉은 도난방지를 위해서 단단하게 묶어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머리 쪽을 보면요. 모자도 훔쳐가는 걸 막기 위해서 부직포로 붙여놨고요. 그 밑에 있는 선글라스도 고무줄로 이렇게 단단히 묶어놨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비 안에 있는 셔츠까지 모두 충실히 입혀놨는데요.

이곳은 시속 60KM 제한 구역입니다. 그럼 실제로 차들은 정속주행을 할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신호등과 표지판이 비교적 잘 갖춰진 시내에서는 마네킹 경찰 주변으로 속도 규정을 지키는 차들이 많았습니다.

[한만희/경기 파주시 월롱면 : 멀리서 보면 (마네킹인 줄) 모르죠. 시각적인 면에서 경찰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속도 좀 줄이게 되고, 신호 같은 것도…]

그렇다고 얌체운전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배달 오토바이는 마네킹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빨간불에 길을 건넙니다.

반대편에서 경찰관들이 마네킹을 정비하는 사이, 정지선을 크게 넘었다가 슬금슬금 뒤로 빠지는 차도 있습니다.

시외로 갈수록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파주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 가까이 떨어진 외곽지역입니다.

제 주변으로는 신호등도 없고요. CCTV도 없고, 별다른 속도제한 안내도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 주변을 지나는 차들이 속도를 크게 낮추지 않는 모습인데요. 이렇게 바닥에도 차선을 유도하는 봉이 차에 부딪혀서 쓰러져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먼 곳까지는 경찰이 출동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도 마네킹 경찰을 배치해 놨습니다.

비가 내려 도로가 미끄러운 상황에서 과속 주행이 이어지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시야 확보가 어려워져도 시속 30km로 제한된 노인보호구역을 70km 넘게 달리는 차들도 있습니다.

가짜 경찰관보다 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배달 운전자 : 이게 사람들이 다 알아버리니까 전혀 지켜지는 것도 없고…]

[운전자 : 마네킹인 걸 알고 난 뒤에는 조금…사람이 서 있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경찰이 곳곳에 마네킹을 세운 건 관할지역이 넓은 데 비해 경찰관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파주시 면적(670㎢)은 서울과 안양을 합한 것보다 넓지만, 배치된 경찰 인력은 500여 명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정원의 50분의 1 수준입니다.

경찰관 1명당 시민 860여 명의 안전을 책임지다 보니 강력범죄 검거율도 전국 평균보다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파주경찰서 측은 순찰이 어려운 지역에 마네킹을 지속해서 투입하는 한편, 실제 경찰관은 주민접촉을 극대화해 치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덕재/파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 설치 장소를 수시로 옮기고 실제 경찰관을 배치해 효과를 높일 계획입니다. 지방청 차원에서 현장 경찰관 증원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많은 차들이 교통법규를 무시한채 도로 위를 달립니다. 마네킹 순경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려면 일부 비양심 운전자들의 변화와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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