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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꼭꼭 숨은' 이동 노동자 쉼터…당사자도 몰라

입력 2017-08-10 22:01 수정 2017-08-11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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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같은 여름철 현장을 다니는 노동자들은 쉴 수 있는 장소나 휴식 시간이 절실할텐데요. 그런데 퀵서비스 기사나 학습지 교사 등이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다 보니까 법적으로 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이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했는데 홍보가 없어서 당사자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폭염 속에서도 동네 곳곳을 다니던 한 요구르트 판매원은 지인의 미용실에서야 잠시 앉을 수 있습니다. 또다른 판매원은 아예 공공 도서관을 쉼터로 찾습니다.

[요구르트 판매원 : 여기 도서관… (다른 덴) 보이지 않는 가시라고 눈치 주지. 나 자신이 그러니까 아예 안들어가.]

하지만 요구르트 판매원은 회사와 따로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노동자들로 정작 법적으로 휴식 장소를 보장받지 못합니다.

판매원이나 학습지 교사 등 여성 이동 노동자들을 위해 서울시가 3년 전 만든 쉼터입니다.

들어와 보니 시설도 좋고 쾌적한데 사람도 없고요. 이 관리대장에 사람이 다녀간 흔적도 없습니다. 왜 이렇게 이용객이 없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인근에서 만난 요구르트 판매원은 쉼터를 모릅니다.

[요구르트 판매원 : (이어쉼이라는 건 못 들어 보셨어요?) 응. 00 교회만 알아요. 지금 처음 들었어요.]

서울시는 이런 여성 이동 노동자들을 위해 2014년 8곳을 시작으로 총 18곳의 쉼터를 만들었습니다.

쉼터 중 이용객이 하루 10명이 넘는 곳은 4곳 뿐이고 적게는 하루 한 명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이 중 7곳을 무작위로 방문해 보니 여성 이동 노동자가 이용하고 있는 곳은 한 곳 뿐이었습니다.

[요구르트 판매원 : 홍보가 안 돼서 그럴거야. 거기 쉼터로 오세요, 그러면 그런 거 있냐고 그래요. 모르는 분들 정말 많아요.]

대부분은 비어있거나 지역 주민들이 사용합니다.

쉼터에 불이 꺼져 있어서 이렇게 문을 열어보니까요. 지역 주민분들만 주무시고 계십니다.

[지역 주민 : 저는 월화수목금 와요. (학습지 교사나 이런 분은요?) 그런 사람들 여기 안 와요.]

사람들은 위치를 문제로 꼽습니다.

[지역주민 : 학습지는 애들 하는 거 아니요. 근데 여기는 노인네들, 손주들이나 있고…]

[요구르트 판매원 : 제 구역은 언덕이라 이거(카트) 타고 다녀요. 제 지구에 영업하시는 분들 가게에 가서 쉽니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지 않거나 주민센터의 남는 공간에 명패만 붙인 곳이 많은 겁니다.

비슷한 시기에 확충된 무더위 쉼터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곳도 많습니다.

8월 초인데 에어컨이 고장난 곳도 눈에 띕니다.

[쉼터 관리자 : (이어쉼으로 알고 오시는 분들은요?) 거의 없으세요. (현판) 색깔이 좀 그래요.]

반면 최근 마련된 퀵서비스나 대리기사를 위한 쉼터는 인기가 좋습니다.

수요조사를 통해 기사들이 많이 오가는 중구 장교동에 쉼터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이재호/퀵서비스 기사 : 시내 쪽에서는 여기가 제일 편하죠. 오기가… 장교 빌딩 앞에 인도가 넓으니까 거기서 대기를 했었는데 여기 있으니까 편하죠.]

선심성 행정에 앞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퀵서비스 기사나 학습지 교사 모두 노동을 하지만 정작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입니다.

지자체가 대신해서 쉬는 공간을 제공해주려는 시도는 좋지만 그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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