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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모기 서식지 된 '인공 습지'…무슨 사연?

입력 2017-08-09 22:11 수정 2017-08-1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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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도권 신도시에 친환경 '인공 습지'를 만든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설물이 고장나면서 악취에 모기떼가 들끓는 장소가 됐습니다. 1년 가까이 방치되다가 주민들이 항의한 끝에, 보수가 되긴 했지만 걱정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도심 한복판이 초록빛 수생 식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산책로를 걷는 주민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곳은 경기도 수원 광교 신도시에 있는 인공 습지입니다.

빗물을 모아서 이곳 수생식물로 정화를 한 뒤,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오염물질 저감장치 시설이 있는 환경보호시설인데요.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에서 심한 악취와 함께 모기떼가 들끓는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지금부터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인공 습지는 5년 전 경기도시공사가 만들었습니다.

큰 비가 내릴때 하천으로 흐르는 오염 물질을 걸러주는 시설입니다.

하천을 따라 130m 가량 조성된 인공습지에는 갈대 등 수생식물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1년 전 습지에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고장으로 멈췄습니다.

그러면서 습지가 조금씩 말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습지 안쪽으로 한번 들어와봤습니다. 평상시에는 비가 오지 않더라도 습지가 물로 가득 차도록 펌프가 작동을 해야 되지만요. 이 아래쪽을 보시면 물이 한쪽에 이렇게 고여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특히 수생식물 사이사이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면서 어디까지가 수생식물이고 어디까지가 잡초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아래 쪽에 고여있는 물을 한번 보실까요. 오랫동안 한 곳에 고여있으면서 물이 탁하게 진한 녹색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안에 있는 흙을 한번 건져 올려봤더니요. 악취도 심하고 이렇게 시커멓게 썩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 속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수중카메라를 넣어봤습니다.

부유물 때문에 바로 앞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물이 고이면서 주민들은 악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효진/인근 주민 : 정말 더운데 창문 열고 싶은데도 냄새 때문에 지금 창문을 못 열고 에어컨만 켜고 있거든요.]

물에서 풍기는 냄새 때문에 주변을 오가는 것도 고역입니다.

[유다운/인근 주민 : 지린내라고 해야 되나. 고인 냄새, 물 썩는 냄새 같은 게 많이 났었어요. 불쾌했죠. 날도 더운데 냄새나니까…]

고인 물은 대규모 모기 서식지로 변했습니다.

주민들은 저녁에도 집 앞 산책을 꺼리고 있습니다.

[온몸에다가 모기약 있잖아요. 그거 다 뿌리고 나오지 않으면 나와서 산책할 수가 없어요. 모기 때문에…]

주민들은 1년동안 민원을 제기하며 개선책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시공사와 수원시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고 합니다.

[정옥자/인근 주민 : '고친다 고친다' 계속 그 말만 하고 있지. 수원시에서는 도시공사에 미루고 서로 왔다 갔다, 지금 1년째 이러고 있습니다.]

관계 기관 입장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수원시청 관계자 : (고장 난 시설을) 고쳐주는 조건으로 저희가 인수인계를 받기로 한 상황이었어요. (수리가) 늦어지는 바람에 아직 인수인계를 다 못 받았고요.]

[경기도시공사 관계자 : (고장 난 시설 수리) 그거는 해주겠다고 한 거고, 다만 이제 저희가 빨리 못하고 좀 늦게 시작한 건 있죠. 뭐 안 하겠다고 한 건 아니니까…]

결국 집단 항의가 거세지면서 시설물 수리를 거쳐 이달 초부터 정상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와 공사 측이 늑장대응을 했다며 다시 시설물이 고장나거나 잘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악취와 모기떼 문제 등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합니다.

지방 공기업과 관할 지자체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결국 그 불편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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