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8년 걸려서 지어놓은 왕복 4차선 도로에 2년 넘게 차량 진입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다른 구간보다 빨리 공사를 시작한 건데, 주민들은 눈앞에 도로를 두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어떤 사연인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의 한 상업 지구에 나왔습니다. 제 주변으로는 차가 한 대도 없어서 마치 보행자 전용 도로나 통행량이 없는 이면도로 같아 보이는데요. 이쪽을 보니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통행금지 안내판이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완공된 지 2년이 넘은 왕복 4차선 고가도로였습니다.
도로 한쪽에는 건설용 자재가 쌓여있고, 구석에 버려진 쓰레기들 옆으로 잡초가 자랍니다.
10년 전 첫 삽을 뜬 고가도로는 2015년 중순 공사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차는 한 대도 다닐 수 없습니다.
부산시가 물류 이동을 활성화한다며 추진해온 외부순환도로의 핵심 구간이지만, 다른 구간과 착공 시기가 달라 만들어 놓고도 이용할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된 겁니다.
[인접구간 시공사 관계자 : 한 3년 가까이 거의 공사를 못 했어요. 여기 전부…이게 다시 시작된 게 한 2년, 2년 10개월…]
고가도로와 연결된 다리에서 넘어오는 차들은 어쩔 수 없이 1차로로 빠져나오고, 다리를 타고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차들은 텅 빈 표지판을 마주해야 합니다.
지자체의 공사 강행에 주변은 10년째 교통 혼잡을 겪고 있습니다.
[안갑제/부산 북구 화명동 : 토요일, 일요일 많이 막히고, 또 평일은 퇴근 시간, 저녁에 막히고…저 다리에서 빠질 때, 다리 끝까지 밀리지.]
고가도로와 연결된 터널은 내년 하반기에나 완공이 예상되는 상황.
빠른 경로를 눈앞에 두고 운전자들은 1년 반을 더 우회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구간이 완공됐다면 저 끝의 화명대교부터 이 산 너머의 부산 금정구청까지 6km만 가면 되지만, 지금은 약 20km의 거리를 돌아서 가야 합니다.
주말 나들이객들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에 차로 운전해보니 30분 넘게 소요됩니다.
부산시는 공사를 집행하지 않으면 국비를 반납해야 해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또 공사 자체에 반대하는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구간마다 기간이 엇갈리게 됐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시 관계자 : 공사비의 50%를 국비 지원받은 사업입니다. 민원이 덜 제기되고 원활하게 했다면 고가도로를 활용할 수 있는 시점을 당길 수 있었어요.]
하지만 부산 남부에서 출발해 김해시를 거쳐 다시 부산 북부와 동부까지 잇는 외부순환도로 전 구간이 완전히 개통하려면 또 하나의 난관을 통과해야 합니다.
외부순환도로 입구 부분인 1300m 구간을 김해시가 예산 부족 이유로 7년 넘게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겁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교통난 해소를 목표로 구상된 도로는 빨라도 2024년에야 완성될 예정입니다.
끊어진 도로가 모두 연결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 전망입니다. 결국 지자체들의 사정으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주민들의 몫이 돼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