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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회의록'에 드러난 선거개입 지시 정황…핵심 내용은

입력 2017-07-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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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4일) 검찰은 새롭게 증거로 제출한 '복원된 회의록'의 핵심 내용을 재판에서 공개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매우 충격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줘 패야 한다' '없애야 한다', 이런 발언들이 바로 언론을 향해서 내놓은 발언들입니다. 법원 취재기자와 함께 어떤 내용들이 공개됐는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서준 기자, 오늘 채택된 증거물들이 꽤 많습니다. 검찰은 오늘 제출한 것들이 원세훈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증거라는 거죠?

[기자]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정원 SNS 장악 보고서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 내용입니다.

특히 원 전 원장의 지시 내용이 오늘 새롭게 등장한 건데요. 이 지시 내용은 국정원이 2013년 수사 당시에 회의 녹취록을 제출하긴 했지만, 민감한 부분들이라면서 삭제하고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복구해서 검찰이 새롭게 받은 내용들입니다.

두 문건 모두 여당이 참패했던 2011년 10월 26일 재보궐 선거를 전후해서 선거에 대비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요.

검찰은 두 증거물을 결합해서 보면 당시 국정원이 선거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하려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는 겁니까?

[기자]

원세훈 전 원장의 회의록 발언 몇 개를 먼저 소개해드리면요. "심리전이란 게 대북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들에 대한 심리전이 중요하다" "심리전단같은 곳에서 좌파들이 국정 발목 잡으려는 걸 차단시켜야 한다"고 이렇게 말합니다.

앞서 국정원이 삭제했다가 이번에 복구된 심리전담팀의 업무보고 내용도 오늘 공개됐는데요. 포털, 트위터 등에서 글을 올린 활동 내용을 매우 상세하게 보고돼 있습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은 이런 보고 내용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국민을 심리전 대상으로 보고 있다' 매우 충격적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이런 활동들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는지 여부 아닌가요?

[기자]

일단 SNS 장악 문건은 2011년 10월 26일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국정원이 향후 SNS를 어떻게 장악해서 다른 선거들을 승리로 이끌지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SNS를 패배의 원인으로 진단했기 때문인데요.

같은 시기, 원세훈 전 원장의 회의 녹취록을 보면은 "내년에 큰 선거가 두 개(19대 총선, 18대 대선)나 있다"면서 "사실이 아닌 게 영향을 주게 되면 국정원이 역할을 제대로 못한 거다"라는 발언이 나옵니다.

다른 쪽의 주장이 선거에 영향을 주어선 안되고 국정원이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취지 발언으로 보입니다.

[앵커]

선거에 더 깊숙이 개입하라는 그런 지시도 포함되어 있나요?

[기자]

원 전 원장 회의 녹취록엔 "인물들을 찾아내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 출마를 시켜라"라는 발언이 나옵니다.

또 당시에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분열 때문에 졌다. 정부와 비정부의 싸움이다. 예비후보 등록 곧 시작하는데 현장에서 교통정리 잘 될 수 있게 하라"고 합니다.

또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하는 게 정보기관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같은 선거개입 정황이 적발되면 법적 문제가 될 것이라 당시에도 예상한 정황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검찰은 오늘 재판에서 국정원이 한 나라의 정보기관인지, 대통령을 위한 선거대응 조직인지 헷갈린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앵커]

거의 정당의 역할을 했다고 봐야하는 상황이 되네요. 언론 통제 상황이 오늘 공개됐는데, 이건 제가 아까 잠깐 예를 들어드렸습니다만 발언 자체가 굉장히 노골적입니다.

[기자]

회의록에선 원 전 원장이 국정원 비판 기사에 대해 "그런 보도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는 게 여러분 할 일이다"라면서 "잘못할 때 줘 패는 게 정보기관 할 일이다"고 말합니다.

또 "한나라당이나 정부 비난하는 일 벌어지는데 칼럼, 신문, 방송 어디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도 지시합니다.

또 친정부 대학생 단체들을 만들어 구호를 국정원이 만들어 줬다는 것도 나오고, 친정부 단체들에 광고 문구를 직접 만들어주고, 보수성향 신문에 광고를 내라고 지시한 정황도 공개됐습니다.

[앵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충격적인 내용들이네요. 이제 파기환송심 선고만 남겨뒀는데, 원 전 원장 측 입장은 뭡니까?

[기자]

심리전담팀이 대북 심리활동을 하는 곳인 지 알았지, 어떤 업무를 하는 지 잘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에 대해서도 그런 지시를 하거나 보고 받은 기억이 없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상하 수직적인 국정원 조직 특성상 이같은 입장은 이해할 수 없고,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로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얘기는 말이 안된다고 오늘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원 전 원장은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면서도 "국정원 일은 국정원장 혼자 하는게 아니다"라고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앵커]

그러나 오늘 녹취록이 다 공개 되어버린 상황인데… 알겠습니다. 이서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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