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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역사교육 '정상화'…"사요나라"

입력 2017-06-0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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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은 '사요나라'

2년 전 "대한민국을 집필하러 간다" 면서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선정된 사실을 알렸던, 역사를 가르친 지 이제 9개월 되었다던 전직 상업교사의 출사표는 그렇게 사뭇 비장했습니다.

결국 그는 자진 사퇴했지만 그가 던진 끝인사 '사요나라'는 내내 입길에 올라서 쓴웃음을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간 치열했던 역사전쟁은 "혼이 비정상" 이 너무나도 유명해진 그 한마디로부터 본격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기존 집필진의 80%는 좌 편향" "교과서는 친북사상을 퍼뜨리는 숙주" 라 했던 사람들….

올바르고 정상적인 교과서를 만들겠다던 이들은 집필진과 집필과정을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밀실에서 완성된 교과서의 오류는 차마 따지기 민망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한 페이지당 집필료 최대 243만 원, 그래서 총 예산 44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국정역사교과서는 결국 일선 학교에서 단 한 줄도 읽히지 못한 채 말그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의 한 장면이다, 라고 여긴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인지….

"대만이 반면교사다"

전문가들은 몇 년 전 대만에서 진행되었던 교과서 전쟁을 언급했습니다. 그들의 교과서 역시 정권이 달라질 때마다 따라서 바뀌어 왔습니다.

특히나 대만인의 정체성보다는 친중 성향에 가까웠던 국민당이 정권을 잡았던 시기에 그들의 교과서 검정팀 역시 우리처럼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고 교사와 학생들의 시위 역시 연일 이어졌습니다.

역사를 쥐고 흔들고 싶은 정권의 욕망은 시공을 초월해서 반복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교육부에서는 바로 어제(31일), 국정역사교과서 담당 부서의 간판을 떼어냈습니다.

부서의 이름은 "역사교육 정상화 추진단"…아이러니하게도 그 정상화 추진단이 해체됨으로써 시민들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되찾게 되었으니….

혹시 2년 전, "사요나라" 라고 인사했다던 그 9개월 차 역사 선생은 지금의 이 상황을 미리 예견해서 그 웃지 못할 인사를 던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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