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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L 투수 하세가와, '고교야구 투수 혹사'를 말하다

입력 2017-05-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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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L 투수 하세가와, '고교야구 투수 혹사'를 말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야구소프트볼연맹은 현재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 아마추어 야구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서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겨울철 경기 금지, 투구 수 제한 등이 논의된다. 한국 야구의 기둥이 될 유망주들을 보호하자는 문제의식이다. 선수 혹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진학과 프로 입단이 우선인 학생 선수와 부모, 성적에 생계가 달려 있는 지도자 등 여러 이유로 지금까지 뚜렷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고교 투수 혹사는 일본 야구에서도 해묵은 주제다. 일명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고교야구전국대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일 종목 대회로 손꼽힌다. 고시엔의 역사는 곧 일본 야구의 역사이며, 프로야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만큼 '개혁'도 쉽지 않다. 투수의 완투나 연투가 영웅시된다.

하세가와 시게토시(49)는 1997~2005년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통산 45승을 기록한 투수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뛰며 54승을 기록했다. 고교 시절엔 세 차례 고시엔 대회에 출전(봄 1회·여름 2회)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오릭스 버팔로스의 수석고문을 맡고 있다. 그에게 일본 고교야구와 혹사 문제를 물었다.

전 ML 투수 하세가와, '고교야구 투수 혹사'를 말하다

하세가와는 "투수 부상의 직접적인 이유가 고시엔 대회 때문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선발투수의 투구는 1경기 100구가 기준이다. 하지만 고시엔 대회에선 2주 동안 650구를 던지는 투수가 있다"며 "프로에서 2개월가량 던지는 투구 수다. 상식 이하"라고 말했다.

물론 고시엔에서 많은 공을 던지고도 성공한 투수도 있다. 한때 '국보' 취급을 받았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1998년 고시엔 대회에서 연장 17회 250구를 던지고 다음 날 준결승에 1이닝 등판했다. 결승전에선 완투를 하며 노히트노런을 했다. 하지만 고시엔 대회에서 많은 공을 던진 투수가 프로에선 성공하기 어렵다는 통계도 있다. 하세가와는 "일부 프로 구단에서는 고시엔 출신에서 활약한 투수는 부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투수를 찾자는 스카우트 지침을 세우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리츠메이칸대학 출신인 하세가와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게 익숙한 성격이다. 오릭스 시절 그는 팀 내에서도 에이스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의외'로 받아들였지만 그는 "미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 미국 야구 관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는 미국 최강자를 가르는 하이스쿨 토너먼트가 있는가?”

하세가와는 "대답은 '노'였다. 미국 스포츠는 ‘청소년 선수에겐 육성 기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런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고교에서 완성된 선수를 보기 힘들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학생 스포츠에선 선수의 연령대별 결과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흔히 '고졸 루키 20년 만의 두 자릿수 승리' 같은 신문 타이틀이 등장한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이런 제목에 대중적인 열광을 보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 ML 투수 하세가와, '고교야구 투수 혹사'를 말하다

넥센 이택근은 몇 년 전 학생 야구선수를 둔 부모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들은 한 경기에서 잘하고 못하는 것에 굉장히 집착하세요. 저는 고연전에서 당대 최고 투수였던 조용준의 공을 받아쳐 안타로 쳤습니다. 그 사실은 아무도 모르시잖아요? 절대로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하세가와의 말과 닿아 있는 부분이다. 학생 선수에게 지나치게 '목표'와 '성과'를 강조하면 오히려 장기적인 성장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세가와는 일본 고교 야구의 개선안에 대해 "고시엔 대회 일정을 길게 잡아 투수를 6일에 한 번 등판하게 바꿔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그는 "대회 기간이 길어지면 비용도 늘어난다. 하지만 고시엔 외야석은 지금 무료다. 외야석 입장료를 받고, 관중들에게 출전 팀의 경비로 쓰인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그러면 팬들도 '우리가 투수의 어깨를 지키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교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담'을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하세가와는 "'철완의 에이스, 연장 15회 180구' 같은 것에 열광하면 안 된다. 에이스를 연투시키지 않아 패배한 감독도 '우리는 선수 미래를 먼저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시엔의 존재로 지금의 일본 야구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모두 생각을 바꾼다면 더 멋있는 고시엔과 일본 야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규 기자
서영원(프리랜서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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