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TV토론 얘기를 계속 이어서 가겠습니다. 어제(25일) 토론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또 하나 꼽자면, 동성애, 사형 문제를 놓고, 문재인-홍준표 후보 간 벌어진 공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인터넷상에도 상당히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죠. 외국의 경우, 동성애-사형제 논란은 선거의 단골이슈이자, 후보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파괴력이 큰 사안이지만, 국내에선 별 주목을 끌지 못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양 반장 발제에서는 이와 관련한 얘기를 중심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동성애부터 얘기해보겠습니다, 시작은 '군대 내 동성애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대화가 길어지면서 논란이 확대됐던 겁니다. 잠깐 보고 가시죠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어제) : 군 동성애는 이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어제) :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어제) :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어제) : 반대하죠.]
홍준표 후보는 아마 이 순간, 귀가 번쩍 뜨임과 동시에 '걸렸구나!' 쾌재를 불렀을 겁니다. 빼도 박도 못하게 할 심산이었는지, 문재인 후보에게 재차, 삼차 묻습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어제) :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어제) : 그럼요.]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어제) : 분명히 동성애는 반대하는 것이죠?]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어제) : 예, 저는 뭐 좋아하지 않습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어제) : 아, 좋아하는 게 아니고 반대하냐 찬성하냐]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어제) : 합법화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저는 동성애 찬·반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선거공학적으로 따져보려는 거죠. 보수 후보인 홍 후보가 동성애 반대하는 건 득점했으면 했지, 실점할 일은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문 후보는 다릅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상당수 진보진영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 발언은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문 후보 역시, 아차 싶었는지 토론 말미에 발언을 교정합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어제) : 아까 동성애 다시 물어보겠는데 동성애는 반대한다고 하셨죠?]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어제) : 동성혼 합법화 할 생각 없습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어제) : 아, 합법화가 아니라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했죠?]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어제) :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은 반대합니다.]
'동성애 반대'가 아닌, 동성간의 결혼. 즉 동성혼을 반대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을 받는 건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그런데 동성애에 대해 불편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숨길 수가 없게 된 것이죠.
당장 여파가 작지 않습니다. 오늘 국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결국 이런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강지영/아나운서 : 저희 코너에서 대선후보 홍보전략들을 차례로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문재인 후보의…]
'국방안보 출정식 중…성소수자들의 기습 항의 시위'
강지영 아나운서가 깜짝 놀랐네요. 그만큼 돌발 상황이었습니다. 자, 성 소수자들을 향해 "종교적이든, 이념적이든, 우리는 그들을 손가락질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던 안희정 충남지사! 과거 커밍아웃을 했던 방송인 홍석천 씨에게 이런 찬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홍석천/방송인 (지난 1일/자료출처 : 안희정 공식 유튜브) : 얼마 전에 선배님 인터뷰를 좀 봤는데, 사실 좀 울었어요. 혼자. 왜냐하면 저처럼 사회에서 약자로 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정치인으로서는 사실은 표 계산법으로 하면 손해거든요.]
미국 사례입니다. 부시와 케리가 붙었던 2004년 미국 대선 TV토론에서도 동성애 이슈 불거졌습니다. "동성애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민주당 케리 후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존 케리/민주당 대선후보 (2004년 10월 13일) : 우리는 모두 신의 자녀들입니다. 만일 레즈비언인 딕 체니(당시 부통령)의 딸에게 그 질문을 한다면, 그녀는 있는 그대로이며,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라고 말할 겁니다. 다른 누구에게 묻더라도, 그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할 거예요.]
케리가 당시 상대 당 부통령 후보였던 체니 가족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사기는 했지만,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 그러니까 "그들은 선택한 게 아니라 주어진 대로 사는 것뿐"이라는 인식 자체는 역시 진보 성향 후보답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자, 나머지 얘기는 들어가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기사 제목은요 < 성소수자 단체, 문재인 회견장 기습 항의 > 이렇게 정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