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호남권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이 시장 지지자들 사이에서 '부정경선'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호남권 2위'를 기대했던 이 시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간발의 차이로 3위에 머무르자 지지자들이 충격에 휩싸인 데 따른 것이다.
호남권 경선 다음날인 28일 이 시장의 온라인 지지자들 '손가락 혁명군' 사이에서는 호남권 ARS투표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ARS투표 결과 중 10만여 표가 기권으로 집계된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현장투표한 권리당원의 표가 ARS투표에 합산됐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즉 득표수와 투표율이 조작됐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번 호남경선 결과는 위장 전입 투표의 결과"라며 "타 지역 사람이 호남 선거인단으로 등록해서, 투표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을 앞두고 위장 전입 투표가 가능하도록 경선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누리꾼도 "후보들은 승복해도 유권자가 승복 못 하는 경선인데 무엇이 중요하냐"며 "이재명-안희정 캠프는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10만표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 선관위에 어느 후보에게서 무효표와 기권표가 나왔는지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 시장의 영남권 공약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부산시의회에 찾아와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같은 반응에 이 시장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표 캠프가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으로 논란에 휩싸였듯이, 이 시장 측 또한 같은 처지에 놓일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이미 네거티브 경쟁 이후 "아름다운 경선은 물건너갔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로 문 전 대표 측과 감정의 골이 쌓였다는 게 이 시장 측 전언이지만, 지지자들이 "경선불복"을 먼저 외치는 게 경선 국면에서 득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시장 측은 경선 중인 상황에서 무기력감에 빠진 지지자들이 경선참여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ARS투표를 위한 전화통화를 중간에 끊었을 경우 어떻게 표 집계가 되는지 깔끔하지 못하고 허술한 게 사실"이라며 "지지자들의 항의가 이해는 되지만 이들을 진정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지지자들이 나중에 본선에서 안철수나 다른 후보들을 찍을 수도 있다"며 "사실상 '투표 포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이재명 시장도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는 "경선은 결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을 신뢰해야 한다"며 "부족함이 있어 지적하고 보완을 요청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당을 불신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결과는 결과대로 인정하고 남은 경선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며 '경선결과 승복'을 강조했다.
이 시장 측 김병욱 대변인은 이와 관련, "ARS 투표 시 1번부터 4번까지 끝까지 듣지 않고 끊으면 무효로 집계한다는 것은 사전에 (후보들끼리) 모두 합의된 것"이라며 "게다가 다수가 문제제기를 해야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데, 한두 사람이 지적한다고 해서 캠프가 공식적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