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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구름빵'도 종북?…공소장 속 블랙리스트 민낯

입력 2017-02-10 19:03 수정 2017-02-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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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7일 구속기소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인사들의 공소장엔 박근혜 대통령이 무려 28회나 거론됐다고 합니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공범으로 적시됐다는 것이죠. 특검은 아울러, 범죄 일람표를 통해 374건의 지원 배제 대상을 일일이 적시하기도 했는데요, 그 면면을 보면 탄식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10일) 국회 발제는 관련 내용을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매일경제가 '공소장'을 입수해 보도한 건데요, 지원 배제 대상이 특검에 의해 공식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예상했던대로, 정권 입맛에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만 잘도 골라서 배제를 해놨더군요. 사례를 골라봤습니다.

배우 문소리씨가 나오는 영화 '만신'을 연출했던 박찬경 감독이, '산'이란 제목의 영화 촬영을 앞두고 예술영화 지원사업에 공모했지만, 단칼에 아웃됐습니다. 왜? 선거 때마다 야당후보를 지지해왔던, 좌파 성향의 박찬욱 감독의 동생인데다, 동생인 박 감독 역시 좌성향이란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누구의 동생'이어서 안된다, 이런 걸 보통 연좌제라 하지요.

비슷한 사례입니다. 영화감독 오멸 씨가 제주 사투리로 '바당 감수광', 표준어로 '바다 가세요?'란 영화를 찍기 위해 같은 사업에 지원하지만, 역시 잘렸습니다. 왜? 제주 4·3사건 다룬 영화 '지슬'을 연출했던 것만도 불순해보이는데, 또 제주도 영화 찍는다고 하니, 도저히 용납이 안됐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진 박근혜 정권의 성격상,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지금부터가 좀 이상한데요, 극단 '진일보'의 연극 '아리랑 랩소디'도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일제 강점기 치하, 유랑극단 얘기를 다룬 작품인데, 솔직히 왜 배제됐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아리랑'이란 이름이 주는 느낌이, 북한 '아리랑 축전'을 연상케 해서였을까요?

연극 '5월엔 결혼할 거야'입니다. "내년이면 서른, 올 겨울도 혼자 보낼 건가요?"라는 카피가 말해주듯, 29살 동갑내기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입니다. 극단 대표가 야당후보 지지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탓이 클 걸로 보이는데, 제 짐작엔 제목도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 같습니다. 결혼은 4월에도, 10월에도 할 수 있는데 왜 하필 5월이냐고 말이죠. '5월 광주'가 연상됐던 게 아닌가 싶은거죠.

압권은 이겁니다. 동요콘서트 '구름빵'! 사랑스러운 고양이 '홍비'와 '홍시'의 다채로운 모험을 그린, 저도 참 좋아하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인데요. 임소라 반장도 아이와 함께 보기 위해서 한달 전에 예매를 해야했을 정도로, 꼬맹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라는 거죠. 도대체 이건 왜, 배제 대상이 됐을까요?

앞서 조금씩 보도가 됐던 분들 역시 이번에 최종 확인이 됐습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고은 시인,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한강씨,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 멘토단에 참여했던 소설가 공지영씨, 다 포함됐습니다.

약간 의외의 인사도 있었는데요, 소설가 김홍신씨가 그렇습니다. 김홍신 소설가는 과거 한나라당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동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대명천지에 '블랙리스트'라는 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들키지나 말든가. 만천하에 공개가 되면서, 그야말로 우리 국민들의 문화적 자부심에 너무나 깊은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오늘 국회 기사 제목은요, < '구름빵도 종북?' 공소장 속 블랙리스트 민낯 >으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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