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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대한민국에 구하는…'이별에 대한 예의'

입력 2017-02-09 21:59 수정 2017-02-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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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끝이 처음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처음의 마음만큼 간절하고 뜨거운 것은 없겠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끝도 처음과 같고자 애를 씁니다.

흐트러짐을 다잡고 질척이는 모습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 그것은 끝까지 존엄을 지키고 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일 겁니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법정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란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내려놓음, 비움,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끝내는 홀로 서는 것.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별하고 있는 중입니다.

100% 대한민국이 아니라 몇몇의 꿈이 이루어졌던 나라. 국민 돈으로 만들어진 지원금에 꼬리표를 달아 문화예술을 좌우하려 했던 폭력. 그 밖에도 셀 수 없는 그 많은 비정상들.

그것을 보고도 못 본 체 했던 고위공직자와 대학의 스승들과 공무원들의 구태와, 그 비정상을 계속 유지하고자 시민을 선동하고 광장의 다른 편으로 동원한 어두움까지.

시민들은 온 나라를 뒤덮어왔던 그 수많은 비정상들과 이별하고자 합니다.

그 아름다운 마무리. 처음과 같은 끝을 위해 시민들은 광장에서 질서를 지켰고 마음을 어지럽히는 가짜뉴스의 피곤함 속에서도 진실을 보려 애써왔으며, 촛불을 종북이라 칭하는 이들을 똑같이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구태와 비정상. 어두움, 폭력과 비로소 작별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언론인 김선주의 10년 전 칼럼의 제목입니다. 그는 한때 빛나던 순간들이 이별할 때 추레해짐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사랑의 순간이 뜨거웠을수록 이별의 고통은 크다. 왜 사람들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랑의 순간들까지도 훼손하는 것일까… 그 빛나던 순간까지도 추레한 것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염치와 예의를 차리지 않는 아집을 본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루한 시간 속에서 끝에 대한 예의. 이별에 대한 예의.

지금 시민들은 이별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향해, 바로 그것을 요구하는 중입니다.

오늘(9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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