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주가 상당히 중요한 주인데요. 이번 주 후반 특검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실시하게 됩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직접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나는 거죠. 한편, 헌재에선 박 대통령이 직접 탄핵소추사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직접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청와대 발제에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지연전략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틈 날때마다 꼬박꼬박 증인을 추가 신청해왔습니다. 가장 최근 변론에서 최순실씨를 포함해 또 15명의 증인을 신청했습니다.
내일 11차 변론에서 헌재가 이런 증인 채택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살펴보면, 탄핵심판 선고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헌재는 9일 12차, 14일 13차 변론기일까지 잡아놨는데요. 추가로 증인 신문기일을 잡는다면 20일 이후까지 변론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3월 초로 선고 시기는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재판부가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2월말 선고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대통령 측은 재판부의 '공정한 심리'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증인 채택 여부'라면서 연일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중환/대통령 법률 대리인단 (지난 1일) : 검사 작성의 조서만으로 상황을 판단하겠다는 것은 소위 조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청구인 측에는 예리한 일본도를 주고 피청구인에게는 둔한 부엌칼을 주면서 공정한 진검승부를 하라는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탄핵소추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대통령 대리인측을 통해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건데요. 결정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참모진에게 책임을 돌리는 전략을 썼습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의견을 들어보라고 한 것이지 문건이나 자료를 보내라고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정 전 비서관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오버해서 했다'는 얘기입니다.
또 '2013년 8월에 참모진이 교체되면서 비서진의 연설문 작성 업무가 능숙해졌다' '이후에는 최 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하는 경우가 점차 줄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2013년 8월 정도까지만 최 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의 녹취록을 보면 이후에도 줄곧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수석비서관회의 개최를 지시하거나, 연설문과 회의 일정에 계속 관여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최순실-정호성 녹취록 내용 (음성대역/출처 : 동아일보) : 아니, 그렇더라도 12월까지 안 하면 우리가 외국인 투자 XXX하니까, 항상 이런 게 이렇게 하는데 만날 그 야당에서는 여기서 그런 거 저기, 그 저기 뭐야.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못 지킨다고 그렇게 하면서도 전혀 협조를 안 해주니까 이거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그리고 그게 민생 붙잡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 하고…]
이번에는 특검 수사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특검 수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박 대통령의 특검 대면조사 시기는 오는 9일에서 10일 사이, 이번주 후반으로 좁혀졌습니다. 박 대통령 측은 청와대 경내 조사를 고수하고 있다는데요. 바깥에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아무래도 언론에 노출될 우려가 크겠죠.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될 처지에 놓인 박 대통령으로선 채비를 단단히 하지 않을 수가 없을 텐데요.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 상황이 그동안 상당수 언론에 실시간 공개됐기 때문에 나름대로 대응은 해왔을 겁니다.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의 핵심인 블랙리스트와 삼성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습니다. 대면조사에서도 이런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신년 기자간담회/지난달 1일 : 한편으로는 저를 이렇게 도와줬던 분들이 사실은 뭐 이렇게 무슨 뇌물이나 뭐 이상한 것을 뒤로 받고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맡은 일 열심히 한다고 이렇게 쭉 그동안 해 온 걸로 저는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는데, 뭐 실제 뻔해요.]
그런데, 최근 들어 박 대통령 측으로선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생겼습니다. 바로 안종범 전 수석의 새로운 39권의 수첩입니다. 안 전 수석이 김영재 원장 부인 박채윤씨로부터 명품 가방 등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받았단 사실을 들키자 좀 봐달라며 '자진 납세'를 한 겁니다.
[박채윤 : 수석님 안녕하세요. 저 박채윤인데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요.]
[안종범/전 경제수석 : 네 안녕하세요. 아이고 선물도 주시고 와이프한테 점수 많이 땄는데 덕분에]
[박채윤 : 사모님에게 점수 딸 일이 (앞으로) 더 많은데, 수석님 워낙 TV에 많이 나오셔서 사모님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안종범/전 경제수석 : 아이고 아닙니다.]
[박채윤 : 제가 추석 선물도 준비했는데 어떡하나 그러면]
[안종범/전 경제수석 : 고맙습니다. (추석) 지나도 받을게요.] < 출처 : SBS >
이 수첩은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 구속 직전까지 썼던 아주 따끈따끈한 업무일지입니다. 얼마나 꼼꼼하게 기록을 남겼는지 '사초' 수준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여기에 박 대통령으로선 미리 예상치 못했던 혐의가 수첩에 남아있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수첩은 그동안 어디에 있었을까요? 바로 청와대였습니다. 안 전 수석이 보좌관을 시켜 청와대에 들어가 수첩을 가지고 나오게 했고, 이를 특검에 넘긴 겁니다. 보좌관은 청와대 경내에 대해서는 특검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가 국가 안보시설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지만 실제론 '범죄현장'을 감추기 위해 문을 꽉 걸어잠그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죠.
[이규철/특검팀 대변인 : 청와대의 경우에 저희들이 이번 피의사실과 관련돼서 많은 자료들이 아마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데 어떠한 자료들이 거기에 있는지 여부는 저희들이 말씀드리기가 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어쨌든 어떤 그 피의사실 관련돼서는 아마 많은 자료들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은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황 권한대행은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공식입장을 끝까지 기다려본 뒤 대응 방안을 정하겠단 입장입니다.
오늘 청와대 기사 제목은 < 안종범, 뇌물죄 덜미 잡히자 수첩 39권 자진납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