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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호성 녹취] 철학과 소신? 대통령 주장과 '배치'

입력 2017-01-03 20:49 수정 2017-01-04 00:05

2013년 10월 27일 하루치 '정호성 녹취' 내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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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7일 하루치 '정호성 녹취' 내용 분석

[앵커]

정호성 녹취 파일 내용을 취재한 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여러가지 다른 내용들이 나올 것 같은데요.

심수미 기자, "10초만 들어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라던 정호성 녹취 내용을 저희 취재팀이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를 오늘 상세히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앞서 보도한 3개의 리포트가 2013년 10월 27일 하루에 이뤄진 통화잖아요. 이것만 봐도 철학과 소신에 따라 일했다는 박 대통령 주장에 정면 배치되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자]

듣는 분들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했던, 자신의 국정 운영 철학이나 능력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일요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신년 기자간담회/지난 1일 : 저의 철학과 소신을 갖고 쭉 일을 했고, 복지나 안보·외교·경제 정책 계속 저 나름대로 이 부분을 더 좀 정교하게…]

[앵커]

그 철학과 소신은 지난번 간담회에서 처음 나온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내놓은 단어들이 아니냐, 이런 분석은 이미 나왔습니다. 그 철학과 소신은 오늘 보도를 토대로 조금 더 검증해보도록 하지요. 우선 2013년 10월 27일을 전후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짚어봐야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잎서 리포트에서도 보셨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 외압 논란으로 야당의 비판이 거셌던 상황인데요.

박 대통령은 9월 30일을 끝으로 4주 연속 수석비서관회의에 불참하고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불통' 논란이 일었습니다.

[앵커]

그러다가 한 달만인 10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는데, 이게 최순실 씨의 결정이었다는 정황이 통화 녹취를 통해 드러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유럽 순방이 11월 2일에 예정돼 있었는데요.

최씨는 "마지막 비서관회의를 그냥 하던가. 국무회의를 하던가. 당부의 말씀을 하고 가야지. 외국만 돌아다니는 것 같아"라고 말을 합니다.

이 정황은 지난달 일부 언론에서도 보도한 바 있는데요, 구체적인 최 씨와 정 전 비서관 사이의 대화는 오늘 저희가 처음 공개해드리는 겁니다.

[앵커]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물론 조언은 할 수도 있어 보이기는 한데 이런 조언이 사실은 정상적인 정부라면 국무위원들이나 아니면 수석비서관들이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데 바깥에 엉뚱한 사람이 하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지금 통화 녹취록에 나오고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그 다음에 또 지시를 내렸다고요?

[기자]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장 해임 등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는데요.

최씨가 "그거 어떡할 거냐"라고 다그치자 정 전 비서관은 "거기에 대해 특별히 하실 말씀이"라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이에 최씨는 "너무 안 들어가도 좀 그렇다"면서 적극 대응에 나서라고 합니다.

[앵커]

야당의 요구 조건을 되짚으면서 대통령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시를 내렸다는 거죠?

[기자]

네, "사과하라 해임하라…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법과 질서에 의해서 철저히 엄벌을 하라는 얘기를 분명히 해야 할 것 같고, 그 다음에 이제 경제 부분에 대해서 돕자, 이렇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뭐, 그 두 가지 핵심만"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원문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저희가 취재한 내용을 가장 꼼꼼하게 반영을 한 것입니다.
[앵커]

지금 심수미 기자가 얘기한 내용이 심수미 기자의 취재 내용이 아니라 최순실 씨의 말을 따옴표 따서 옮겼다는 얘기잖아요? (최대한 그렇게 옮긴 겁니다) 그런 최 씨의 지시 내용이 실제 수석비서관 회의에 반영이 됐습니까?

[기자]

2013년 10월 31일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수석비서관회의/2013년 10월 31일 :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밝혀나갈 것입니다. 정치적인 의도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의 최우선을 체감경기 개선에 두고, 경기 회복의 온기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칠 수 있도록…]

[앵커]

결국 최 씨의 지시가 그대로 반영이 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역할은 없었습니까?

[기자]

저희가 취재한 녹취 파일은 10월 27일 하루에 이뤄진 겁니다. 미처 녹취가 안 됐을 수 있지만 이날 통화 내용에서는 없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 날 박 대통령의 목소리도 담겨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최순실씨에게 상당히 의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다음날로 예정된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와 관련해서 "빨리 정리해야 되는데 어떡하죠, 내일 발표할 건데"라고 불안해하다가, 정 전 비서관이 "선생님(최순실)과 상의했다"고 하니까 "예, 예"라면서 안심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앵커]

박 대통령이 주장한 '철학과 소신' 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은 없습니까?

[기자]

몇 가지 강조 내용이 있었습니다.

"국민들 속 터지는 것. 부채, 공기업 부채. 이런 것 있잖아요. 하여튼 특히 공공기관 방만한 운영. 이런 거는 이제, 예, 예, 그렇게 하세요. 예"

이것도 원문을 최대한 살린 건데요. 또렷한 철학과 정책적 판단이라기 보단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게 하세요'는 무슨 뜻인가요? 그러니까 방만한 운영을 어떻게 해결하라, 이런 뜻으로 들리기는 하는데. (그런 내용을 포함하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미루어 짐작해야 되는 문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실 대통령의 지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우 중요하고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그 지시는 방법론까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인데…적어도 여기에 드러난 내용만 보고선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도 합니다. 취재한 내용과 저희가 저희가 분석한 내용이 혹시 억지로 맞춘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없는가.

[기자]

단순히 저희만의 생각이 아니라, 앞서 이 내용을 수사한 검찰과 특검도 모두 저희가 분석한 내용과 같은 취지로 분석했고, 이에 대한 정 전 비서관도 이와 부합하는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앵커]

사실 이렇게 보도를 해드리면서 계속 드는 의문 중의 하나는 과연 최 씨 혼자서 저렇게 많은 걸 생각하고 지시한 걸까. 그렇게 보기엔 너무나 방대한 영역에서 개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과연 최순실 혼자냐, 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잖아요. 아직 드러난 건 없지만. 아무튼 그 정도로 여러 가지를 개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 오늘 녹취된 내용을 보면서 또다시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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