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민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어"
시민단체 "자의적인 집회·시위 금지 관행 바꿔야"
법원이 5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거리행진을 허용했다. 경찰의 무리한 집회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정부 비판 집회나 거리행진 등을 불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법원이 번번이 제동을 걸면서 경찰이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는 비판은 커지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이날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촛불집회 거리행진을 금지통고한 처분을 정지해 달라"며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집행정지 기간은 시민단체가 함께 낸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로 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시민단체들은 집회·시위로 인한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300명의 질서유지인을 배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번 집회 일주일 전에도 유사한 성격의 집회·시위를 개최했으나 교통 불편 등으로 인한 큰 혼란 없이 집회·시위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집회·시위로 인해 교통 불편이 예상되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함에 따른 것으로 수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금지통고 처분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교통 소통의 공익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함에 비해 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지통고 처분으로 집회·시위가 금지될 경우 불법 집회·시위로 보여서 여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와 거리행진을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최 측이 신고한 행진 루트인 세종대로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 주요도시의 주요도로로 지정돼 있어 교통 유지를 위해 집회와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통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이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경찰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경찰이 금지통고를 했다가 법원의 결정으로 무효가 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5일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금지했다. 불법·폭력시위가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줬다. 집회 참가자들도 평화적으로 집회와 행진을 마무리했다.
문화행사에도 경찰의 금지통고가 이어졌다. 지난 6월 열린 성소수자 행사인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에서다. 법원은 경찰의 금지통고가 부당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거리행진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시민단체는 경찰의 자의적인 집회시위·거리행진 금지통고에 대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은 그 동안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 즉 교통소통을 이유로 자의적으로 집회·시위를 금지해왔던 관행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