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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적용 논란…변양균 사례로 본 법원 판단은?

입력 2016-11-03 21:15 수정 2016-11-0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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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찰이 안종범 전 수석과 최순실 씨에 대해 뇌물죄가 아니라 직권남용죄를 적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이게 어떻게 다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이가혁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분명히 직권남용도 적용이 될 것 같은데, 법조계에선 그건 유죄 끌어내기가 꽤 어렵다라고 얘기를 하는 모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자기 직권을 남용해서 어떤 일을 시키거나 권리를 침해한 행동에 적용됩니다.

여기서 '직권', 즉 직무상 권한이 관건인데요, '안종범 수석이 자기 직권을 남용해 민간 재단에서 필요한 돈을 대기업 상대로 끌어모았다'는 이 혐의가 성립하려면,
이 행동이 공무원 안종범의 직무상 권한 내에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건 청와대 경제수석의 직권이 아니다"고 본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경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무죄다"라고 결론 날 수 있는 겁니다.

실제 경제수석이 국가 경제정책과도 관련이 있는 공익적 재단에 대해 기업들에게 취지를 설명하는 정도라면 직무일 수 있지만 돈을 내라고 했다면 그건 직무 자체가 아니어서 직권남용으로 다룰 일이 아니라는겁니다.

[앵커]

돈을 내라고 했는데 그게 자기 직무는 아니니까 직권남용은 아니다,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대로만 해석하자면 적용이 될 수 없는 혐의를 적용시키려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요?

[기자]

그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과거에도 실제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까?

[기자]

2007년 뉴스에 오르내린 신정아 사건에서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변양균 실장은 신정아 씨를 교수로 채용한 동국대 이사장의 개인사찰에 특별교부세가 지원되도록 당시 행정자치부에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정책실장으로서 행자부 정책적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이니 변 실장의 직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죠. 이 혐의에 대해선 법원이 유죄로 봤습니다.

그런데 또다른 혐의도 있었습니다. 신정아씨가 학예실장으로 있던 미술관에 재정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 기업들에게 "문화예술 지원 차원에서 미술관에 후원을 해달라"며 수억원의 후원을 요구했다는 혐의인데요,

당시 법원은 이에 대해선 "직권을 남용해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앵커]

그건 자기 직무의 권한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의문도 듭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이고, 재계에 압력을 넣었다면 직무 범위아닌가. 직무 범위를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법원이 직권에 대해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남용'에 대해서도 관대한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지난해 김진수 금감원 전 부원장보가 2013년 시중은행을 상대로 "경남기업에 대출을 해주라"며 압력을 넣어서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법원은 김 전 부원장보가 "직무의 권한 범위 내에서 한 일"이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서 보신 이런 전례들을 보면, 직권남용죄는 법원이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이가혁 기자의 설명대로라면 직권남용죄는 피고인 측이 업무의 성격 규정 등으로 빠져나갈 여지가 있지만, 오히려 뇌물죄는 법 적용이 더 명확해질 수 있다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뇌물죄 적용을 빼고 직권남용죄만 적용한 것은 결국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는 건데요. 검찰은 오늘 기자단에 "뇌물죄 적용이 된다면 왜 안 하겠냐" 고 밝히기는 했습니다.

보통 영장 단계에서 적용했던 혐의를 기소할 때는 보충 수사를 통해서 좀더 수위를 높여서 적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직권남용과 뇌물죄는 아예 사안의 성격 자체가 달라서 지금의 수사 진행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재판에 넘길 때도 뇌물죄 대신 직권남용만 적용이 될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뇌물이냐 직권남용이냐를 따질때 대통령 부분을 언급을 안할 수가 없는데요. 앞서도 짚어본 것처럼 대통령 조사 얘기가 이제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번 사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은 어떻게 볼 수 있나요?

[기자]

과거 YS정권, DJ정권 때 정권 실세, 이른바 누구나 아는 잘 '알려진 실세'로 권력형 비리 혐의로 구속된 인물들과 비교해보겠습니다.

'YS의 가신'이라 불렸던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이나, 'DJ 오른팔' 권노갑 전 의원 등은 대통령을 등에 업고 돈을 받은 것은 이번 사건과 비슷합니다. 이들에게 돈을 준 건 대통령도 염두에 뒀겠지만 그들 자체로 실세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순실 씨의 경우는 다릅니다. 최 씨는 말 그대로 외부에서는 존재를 잘 알 수 없는 숨은 실세였습니다. 이번 사건 전에는 일반인들이 알 수 없던 인물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도 최순실만 보고 돈을 낼 수는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이를 위해 직접 안종범 전 수석이 뛰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의 어떤 비리 사건에도 없었던 독특한 구조입니다. 결국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한 축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앵커]

이전 비리 사건과는 성격도 방식도 크게 달랐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직접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재단설립을 통해 명목까지 갖춰놓은 셈입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죄질이 과거의 정권실세 비리보다 훨씬 나쁘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현재 검찰이 밝힌 안 전 수석과 최씨 두 사람의 공모관계 사이에 대통령이 빠질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모금을 지시했는지 등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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