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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진 발생에 심장 '쿵쾅'…"이불 들고 뛰었다"

입력 2016-09-13 20:44 수정 2016-09-1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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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기자가 어제(12일) 급히 경주로 내려갔습니다. 전해온 소식을 보면 이 이상의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경주 시민 모두가 급박한 상황에서 가족들을 위해 뛰었고, 또다른 지진의 공포속에서 서로를 추스렸습니다. 믿기 싫은 사실이지만 이들에겐 재난상황에서 어떤 안내도 없었습니다.

이가혁 기자입니다.

[기자]

진열대가 흔들리 시작하더니 한쪽 벽 통유리가 영화처럼 무너져 내립니다.

어젯밤 경북 경주시내 한 의류매장 CCTV에는 규모 5.8 강진의 충격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 뒤 2시간이 흐른 뒤에도 취재진이 탄 경주행 KTX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KTX 내 안내방송 : 경주지역 지진 발생 및 계속적인 여진 발생 우려로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해 정상 속도보다 감속 운전하는 관계로….]

어렵게 닿은 신경주역에선 지진 때문에 전등이 떨어져 긴급 보수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자정 무렵 도착한 경주시내 패션거리에는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여러 가게의 유리창이 박살나있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건 구사일생 경험담입니다.

[주민 : 엘리베이터가 6층에 있었거든요. 문을 여니까 문 여는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그냥 전속력으로 아래로 내려가서 벼락 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아무 제동장치도 없이.]

이불 몇 개만 간신히 챙겨 가족들과 인근 학교 운동장으로 몸을 피한 한 아버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주민 : 아까 서너번 정도 왔다갔다했어요. 계속 집에 들어갔다가 불안해서 또 나오고.]

학교 운동장마다 텐트나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는 피난 가족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두 딸을 데리고 나온 엄마는 특히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장혜영/경북 경주 성건동 : (학교 운동장으로 누가 오라고 안내를 한 건가요?) 아니요. 그냥 인터넷 보고 (나왔어요.) 재난 방송도 없었고요.]

이 가족이 급히 버리고 온 집에 들어가보니 강진이 엄습한 순간의 긴박감이 전해집니다.

[문영규/경북 경주 성건동 : 원래 (매트리스가) 안방에 있던 것을 집사람이 급한 마음에 애들 보호하려고 이렇게 집처럼 만든 거죠. (아기랑 어머니랑 안에서?) 네, 아기들 안에 넣어놓고 있다가…]

새벽까지도 한 아파트 상가건물 앞에는 출입을 막는 노란 줄이 쳐진 채였습니다.

3층 짜리 상가 지붕 위에서 이렇게 한 손으로 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기왓장 수백 장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떨어질 때 충격으로 보시는 것처럼 신호등까지도 파손됐습니다. 이 기왓장들이 인근 횡단보도까지 떨어져, 자칫 보행자가 있었다면 크게 다칠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영수/상가 입점 점주 : 누가 싸우는 줄 알았거든요. 와장창창, 그랬다니까요.]

대학교 운동장에서도 차마 기숙사로 돌아가지 못한 학생들이 새벽까지 서성였습니다.

[조거평/대학생 : 기숙사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빨리 학생들 밖으로 나가서 운동장으로 대피하라고 해서 (나왔어요.)]

밤 사이 경주에는 여진이 190차례나 지나갔고, 그 흔적은 오늘 아침까지 그대로 남았습니다.

경주 시내 번화가의 깨진 유리는 이제 곧 복구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진으로 무너진 경주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은 언제 복구될지 아직 불투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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