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난에 대비한 재난대피소들. 시설이 잘 돼있는지, 평소에 제대로 관리를 해야겠지요. 전국에 있는 민방위대피소들 가운데 일부를 밀착카메라가 점검해봤습니다. 그런데 비상시에 사용하기 어려워 보이는 곳이 많았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재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재난 시 이용할 수 있는 대피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에서 만든 '안전디딤돌'이라는 앱을 통해서도 대피소를 검색할 수 있는데요.
제가 서있는 마포구청 앞에도 여러 개의 대피소가 검색이 되는데요.
실제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역 등 마포구에만 대피소 161곳이 마련돼있었습니다.
먼저 마포구청에 들러 이들 대피소의 정확한 위치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구청 직원조차 잘 모릅니다.
[마포구청 관계자 : 그건 확인을 해야할 것 같아요. 위치가 어디인지 그것만 알려주면 돼요.]
10분 만에 찾아낸 대피소는 바로 구청 지하주차장.
주차장 입구에는 대피소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지만 이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최경순/서울 성산동 : 잘 안 보여요. (입구 안내) 방향도 없고 좀 그렇네요.]
모든 대피소에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판과 유도표지판이 부착돼있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앱에서 안내하는 아현동에 있는 민방위 대피시설로 찾아와 봤습니다.
바로 제 뒤에 보이는 이곳인데요. 그런데 입구 어디를 보더라도 대피소임을 알리는 안내판이나 유도표지판은 보이지 않습니다. 안쪽은 어떤지 들어가보겠습니다.
음악 연습실인 이곳의 직원들은 대피소라는 걸 몰랐다고 말합니다.
안내판이 있더라도 정확한 위치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동교동의 한 대피소 건물. 10m 앞으로 가면 대피소가 나온다는 유도표지판이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유도표지판을 따라가 보니 지하공간 자체가 없는 주차빌딩이 나옵니다.
구청 확인 결과, 유도표지판이 잘못된 곳을 안내하고 있던 겁니다.
[마포구청 관계자 : 대피소 표시가 잘못돼 있다고 그러면 다시 부착하겠습니다.]
알고 보니 진짜 대피소는 주차빌딩을 지나 건물 뒤편에 마련된 지하 통신실이었습니다.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는 대피소도 있습니다.
비상 대피소로 지정된 아현동의 또 다른 건물로 찾아와 봤습니다.
이 건물은 지하주차장을 대피소로 지정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24시간 열려있어야하는 대피소 출입구가 보시는 것처럼 닫혀있습니다.
[건물 관리인 : 저녁 7시 반이면 셔터 문을 내려. 형식적으로 (대피소 지정을) 해놓은 거지, 다.]
비상시 이용할 수 있게 출입구를 열어놓도록 하고 있지만 단순 권고일 뿐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서울시의 다른 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대피소로 지정된 지하 PC방과 다방은 영업시간에만 열려있고, 교회 대피소 역시 예배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민간건물을 대피소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보니 관리가 안 되는 겁니다.
전국적으로 이처럼 민간건물을 대피소로 지정해놓은 경우는 면적으로 볼 때 전체의 83.5%에 이릅니다.
정부지원 대피소는 이보다는 강화된 기준에 따라 운영됩니다.
이곳은 군사 접경 지역인 경기도 김포에 있는 민방위 주민 대피 시설 앞입니다.
군사 접경 지역인 만큼 정부가 지원해서 만든 대피소인데요.
전국의 접경지역엔 이 같은 정부지원 대피소가 168곳 마련돼 있습니다.
지하에 마련된 대피소 입구 한쪽에는 보시는 것처럼 화장실이 마련돼 있습니다.
또 안쪽에 들어와 보시면 이처럼 비상 발전시설뿐만 아니라 한쪽에는 구급함도 마련돼 있습니다.
재난 상황은 미리 막을 수 없지만, 재난에 대비한 대피소만큼은 미리 갖춰놓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