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더위 쉼터'를 곳곳에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이 적지 않아서, 더위를 피하려 왔다가 짜증만 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후암동의 한 경로당입니다. 이곳은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곳인데 이렇게 노란 팻말도 달려 있습니다.
현재 이곳의 온도는 33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덥고 후텁지근하고 땀이 나는 날씨입니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안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바람이 바로 들어옵니다. 이렇게 선풍기도 넉대 가량이 운영되고 아래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계십니다. 에어컨 실내온도는 27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서울 관악구의 또다른 경로당입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실내 온도는 26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강면식/주민 : 이렇게 시원한 데는 세상에 없어. 무릉도원입니다, 무릉도원.]
그런데 무더위 쉼터라는 이름이 무색한 곳도 있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무더위 쉼터 앞입니다. 주민들이 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조창훈/주민 : (밖이나 안이나) 비슷해. 돈 아끼려고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에어컨을) 많이 안 들어주니까.]
이곳이 무더위 쉼터라는 것을 모르는 이용자들도 있었습니다.
[고동조/주민 : 무더위 쉼터잖아. 텔레비전 있는 데 거기가. (무더위 쉼터였어? 난 몰라. 처음 들어봐. 쉼터 알아요? 모르지 다들.)]
아예 문을 닫은 무더위 쉼터도 있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또다른 무더위 쉼터입니다. 대문 너머로 무더위 쉼터라고 적힌 노란 안내판이 보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보시는 것처럼 굳게 잠겨있습니다. 대낮인데도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겁니다. 아래를 보니까요. 무더위·한파 쉼터라고 적혀있는 노란 입간판마저 떨어져 있습니다.
담당하는 공무원이 없이 주민들이 쉼터를 관리하다 보니 문을 여는 시간도 닫는 시간도 제각각인 겁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가회동에 있는 한 무더위 쉼터에 찾아왔습니다.
이곳은 휴식 공간도 있고 밤에도 문을 여는 한 경로당인데 이렇게 주소도 잘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이곳은 무더위 쉼터가 아닌 일반 가정집이었습니다.
[최광묵/거주자 : (무더위 쉼터인줄 알고 찾아왔거든요.) 아닙니다. 제가 30년 동안 살았는데. 희한하네.]
무더위 쉼터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주소록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 주소록이 제대로 관리되고 않고 있는 겁니다.
시원한 바람을 마음 놓고 쐬기엔 비좁은 무더위 쉼터도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노숙인 자활센터입니다. 남성 여러 명이 계단에 앉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어컨이 작동되는 방안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습니다.
[센터 이용자 : 밥 먹으려고요. 아직 멀었어요, 우리. 안에 사람들이 다 차있으니까.]
무더위에 이용자는 늘었지만 예산 지원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이지고 있는 일입니다.
전국 무더위 쉼터는 4만1천여 곳입니다.
하지만 폭염 대책 기간인 넉달 동안 쉼터당 한 달에 5만원 가량만 지원되고 있습니다.
더위에 지친 취약계층을 달래주기에는 부족한 액수입니다.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쉼터라지만 이렇게 운영시간임에도 닫혀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무더위 속 건강을 위협받는 소외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