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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람 살 곳 못 되는…방치된 학교 관사

입력 2016-06-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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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이후 섬마을 교사들의 안전문제가 논란입니다. 최소한의 방범시스템도 없는 관사 때문인데요. 산간지역 학교들 관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한 교직원의 말이 많은 걸 대변해 줍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분교입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오래된 건물이 있습니다.

교실 왼편에 건물 두 동이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이렇게 건물 외벽을 살펴보면 제가 손으로 살짝 스쳤을 뿐인데 방수 페인트가 쉽게 벗겨집니다.

이쪽은 더욱 심각합니다. 건물 기둥인데 이미 시멘트가 군데군데 떨어져 나갔습니다. 제가 손으로 쳤을 뿐인데 시멘트가 떨어져 나갑니다. 이곳은 다름 아닌 교사가 생활하는 관사입니다.

이 건물은 지난 1980년에 건축돼 지은 지 37년이나 지났습니다.

[A초등학교 교직원 : 외풍이 너무 심해서 보일러를 떼더라도 바닥만 따뜻하지, 너무 추우니까. 예전에는 물이 고이고 떨어지기도 했다 하더라고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하나뿐인 방은 눕기 불편할 정도로 좁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운동장입니다. 외부인의 시선과 침입에 고스란히 노출된 겁니다. 유일한 잠금장치는 걸쇠로 된 자물쇠가 전부입니다.

게다가 유리창을 보면 방범시설이 없습니다. 방충망을 뜯으면 문을 쉽게 열고 깰 수 있는 구조인 겁니다.

이 분교는 시내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교사 5명 모두 이 오래된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을주민 : 자주 왕래 안 해. 우리는 애들이 없으니까. 다른 집은 더하지.]

해가 저물고 밤이 되면 치안 문제는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원도의 다른 학교입니다.

차도 사람도 드문 강원도의 한 시골길입니다. 가로등도 별로 없어서 이렇게 조명을 끄면 바로 암흑입니다.

이곳에 전교생 16명인 초등학교 분교가 있습니다. 밤인데 정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외부인 출입이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문제는 건물 뒤에 관사가 있는데 별도의 출입문이 없다는 점입니다.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너무 쉽게 관사 앞까지 왔습니다. 출입문은 유리로 돼있는데 심지어 깨져 있어서 테이프로 응급 보수한 흔적도 있습니다.

[B초등학교 교직원 : 뒤에 울타리도 없고 아무 것도 없어요. 처음에는 많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오래 살아서 그래서 많이 익숙해진 것도 있어요.]

다른 우선사업에 순위가 밀리다 보니 제때 관사 수리가 안 됐고, 방범시설도 설치되지 못했습니다.

인근의 또 다른 학교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C초등학교 교직원 : 한 겨울 지나보니까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 밑은 따뜻한데
외풍이 심해요. 다 열악해요, 관사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관사 바로 앞에는 소형 건설장비가 놓여 있습니다.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제가 서있는 땅 아래에는 빨간 선을 따라 오염된 물을 처리장까지 보내는 오수관로를 묻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정화조를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공사 관계자 : 옛날 정화조 없애고 폐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는 공사에요. (정화조 쓰는 데) 거의 없죠. (공사) 늦게 하는 거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이후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해온 학교 관사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 : 관사에 안 살고 1년 놔두면 망가져요. 많이 낡은 건 사실입니다. 우선순위가 밀리고 시급한 게 있으면 (예산에) 포함 안 될 수 있죠.]

아이들의 교육 평등을 위해 교사들은 오지에 있는 학교까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관사의 모습은 열악하다 못해 참담해 예산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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