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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화훼단지에 웬 흙탕물이…상인 '발동동'

입력 2016-06-09 21:39 수정 2016-06-0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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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런 흙탕물 속에서 싱그러운 꽃을 기대하긴 어렵겠지요. 전국 최대 규모의 화훼단지에 새로 만든 우물에서 몇 달째 흙탕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에 100만 원 상당의 꽃과 나무가 그냥 버려지고 있는데요. 해당 지자체와 시공사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화분을 들자 바닥에 흙탕물이 흥건합니다.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자 하얀 꽃잎 위로 누런 물방울이 맺힙니다.

물이 흐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도랑은 아예 황톳빛으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기도 과천 화훼단지의 상인들은 요즘 흙탕물 때문에 고민이 깊습니다.

인근 고속도로 공사로 기존의 우물을 쓸 수 없게 되자, 근처에 새로 우물을 만들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체 200여 점포 중 절반 가까이 이용하는 새 우물에서 흙탕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이 깨끗하지 않아 화훼단지 식물들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물을 틀자마자 이렇게 한 눈에 봐도 누런 흙탕물이 쏟아지는데요.

병에 담아서 정상적인 물과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제 왼손에 들고 있는 게 정상적인 일반 물이고요.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게 방금 받은 물인데, 색깔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매일 꽃과 나무에 물을 줘야 하는 상인들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홍옥식/화훼단지 상인 : (흙탕물을 주면) 뿌리가 썩으면서 식물이 다 죽어. 식물한테 줄 수 있는 물이 아니거든요. 이게 심각한 물이에요. 진짜 못쓰는 물이에요.]

잎사귀 곳곳에 흙이 묻어나는 탓에 고객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입니다.

[이혜영/충남 당진시 :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눈길이 안 가죠. 다른 것을 더 많이 볼 것 같아요. 조금 더 깨끗한 것에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이런 고객을 지켜보는 상인들은 애가 탑니다.

[문정순/화훼단지 상인 : 자기 돈 주고 사가는데 이런 거 안 사가요. 그럼 저희는 저희대로 울상 짓고, 우리도 이걸로 밥 먹고 사는데 손님들이 많이 팔아줘야지.]

제 옆에 있는 꽃과 나무 모두 상품성이 떨어져서 버려야 할 것들입니다.

상당수는 흙탕물이 묻어서 이렇게 얼룩덜룩 해졌고요. 아예 잎 전체가 마르는 바람에 죽기 직전인 것들도 많습니다.

하루 평균 100만 원 상당의 꽃과 나무가 이렇게 버려집니다.

궁여지책으로 집이나 인근 상점에서 물을 직접 떠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승곤/화훼단지 상인 : 하루에 한 번 받아가지고 옆집하고 이렇게 나눠 쓰고 있어요. 번거로워도 식물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요.]

새 우물을 판 고속도로 시공사와 서울시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시공사 관계자 : 관정 보상이 나왔는데 상인들이 새로 파는 비용보다 훨씬 조금 나오니까 못하겠다고 하니 '저희가 대신 파주마'해서 도와주려고 시작을 한 거예요.]

상인들은 이번 도로 공사로 우물 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도 상당하다고 주장합니다.

화훼단지 입구의 좌회전 신호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의 단지 방문이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정길수 위원장/과천화훼단지 운영위원회 : 2015년 대비 지금 20~30% 정도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천으로 가는 고객들은 이 신호가 없어 굉장히 많은 불편을 호소합니다.]

취재가 시작된 후 서울시와 시공사측이 상인 대표들과 대책 회의를 가졌습니다.

[명경출 과장/서울시청 도시고속도로과 : 추가 관정을 한 번 설치해 보는 거로 그렇게 협의를 했습니다. 나머지 입간판이라든지 좌회전 신호, 이런 부분들은 지금 협의 중이니까요.]

모두가 '나몰라라'하는 사이 상인들의 피해는 커져 가고 애꿎은 식물들만 죽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간의 지속적이고 성의 있는 협의가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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