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철조망을 둘러놓고 이 아파트가 속한 학군은 모두 웬만하면 피하려 하고… 어떤가요. 임대아파트를 구분짓는 모습들입니다. 오늘(8일) 밀착카메라는 임대아파트를 향한 여전히 가시 돋친 갈등을 담아왔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그런데 길 건너편에 또 다른 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주변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는데요. 그런데 한 학교의 전교생이 1200여 명인 것에 비해, 맞은 편에 있는 초등학교의 전교생은 160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두 학교의 학생 수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저희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두 학교의 하교시간 풍경도 다릅니다.
학생 수가 많은 초등학교 앞엔 학원 차량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아이들 수가 적은 맞은편 학교 앞은 한산합니다.
임대아파트가 한 학교의 학군에만 들어 있어, 일부 학부모들이 옆 학교를 선호한다는 겁니다.
[A 학교 관계자 : 전체적인 자연감소도 있고요. 일부 학부모들이 저희 학군인데도 저쪽으로 가는 아이들이 조금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학생이 많은 학교에선 소위 위장전입을 하지 말아달라는 가정통신문도 발송했습니다.
두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이미 서로 섞이지 않고,
[B 학교 초등학생 : 00(임대아파트)에 많이 사니깐 애들이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B 학교 초등학생 : 친하게 안 지내고 싶고, 말을 걸기가 싫죠.]
위장전입을 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B 학교 초등학생 : 옆에 못 사는 애들이 그쪽으로 몰려서 우리가 이쪽으로 (전학) 오게 됐어요. (그런 친구들이 반에 많이 있어?) 네.]
부동산 시세에도 이런 논란이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부동산 관계자 : 여기는 임대아파트랑 섞이는 데라서 저평가됐어요.]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안입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에서 오른쪽에는 일반 분양아파트가 있습니다.
그 맞은 편에는 임대아파트가 있는데요, 두 종류의 아파트의 경계선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곳을 자세히 보시면 이처럼 철조망이 쳐 있습니다.
아파트 측에선 안전상의 이유라고 말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 여기에 철조망을 쳐놓은 것은 간혹가다 보면 넘는 애들이 있으니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쳐놓은 거죠.]
보시는 것처럼 철조망은 두 아파트의 경계가 끝나는 부분까지 이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경계면을 볼까요?
이곳은 이 아파트가 임대아파트가 아닌 일반 분양아파트와 맞닿은 경계선인데요.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이쪽에는 전혀 철조망이 쳐 있지 않습니다.
임대아파트 주민은 이런 철조망이 불쾌하다는 반응입니다.
[임대아파트 주민 : 시세가 다르다고 그래서 막혔다고 들었거든요. 어린이집을 보내는 데 이렇게 가도 되는 걸 돌아서 가는 거니깐 시간도 걸리고 불편해요.]
이번엔 서울 관악구의 아파트 단지 앞입니다.
이곳은 한 아파트 단지 안에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가 섞여있는 이른바 '소셜 믹스' 형태인데요.
워낙 단지가 크기 때문에 조감도로 살펴보면 분양아파트가 있고 끝에 임대아파트가 있습니다.
저희가 있는 곳은 그 경계선 지점인데요.
이곳의 실제 모습을 보면 이처럼 철망이 경계선을 따라 세워져 있습니다.
[임대아파트 주민 : 이거 막아서 참 불편해. 아이고 이거 터 놓으면 얼마나 좋아요. 여기서 이렇게 올 수도 있고.]
하지만 임대아파트 동은 별개의 아파트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분양아파트 주민 : 원래 거기하고 여기하고 지을 때부터 분류가 돼서 나눠져서 된 거예요.]
이때문에 임대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소득이 적은 가정에 주거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심교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 : 임대주택을 집단적으로 공급하면 학군문제 등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소규모로 지역적으로 흩뿌리거나 바우처제도를 도입하면 원천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 가시철조망은 10년 넘게 이 자리에 설치돼 있습니다.
각종 소셜믹스 정책으로 임대아파트 안에 사는 저소득층과의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지만, 심리적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