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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국회 의원회관 이삿짐…나뒹구는 '기밀'

입력 2016-05-11 20:34 수정 2016-05-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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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1일) 밀착카메라는 평소보다 좀 앞당겨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러는 이유가 있습니다. 리포트 하나 가지고는 다 전해드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임무 교대를 하는 중인 국회 의원회관은 이삿짐과 버리고 가는 쓰레기더미가 잔뜩 쌓여있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비밀문서나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들이 사무실이나 복도에서 그리고 폐지처리장에 아무렇게나 버젓이 뒹굴고 있다는건데요. 여러 가지로 말이 많던 19대 국회는 마무리도 엉망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가 현장 취재를 보시고,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국회 의원회관입니다. 20대 국회 임기 시작을 십여 일 앞두고 의원 사무실 입구에는 이삿짐이 쌓여 있습니다.

낙선 의원들이 하나둘 사무실에서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예 짐을 빼고 도배를 시작한 방도 있습니다.

[국회 시설관리 관계자 : (오늘은 여기 끝나고 어디 가세요?) 10층으로 올라가요. (도배하는 데) 네 시간 조금 넘게 걸려요.]

그런데 입구에 버려진 책과 문서를 조금만 훑어봐도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미화원들이 이 문서를 커다란 상자에 담아 어디론가 갑니다.

[국회 미화원 : 한 방 치우는데 열여섯 손수레가, 책만. 다른 방도 역시 마찬가지고. 힘이 들어서. 이거(팔목)를 못 써요.]

뒤쫓아 갔습니다. 도착한 지하주차장에는 버려진 문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의원실에서 나온 각종 서류와 책자들이 제 어깨높이만큼 쌓였습니다.

겉표지만 봐도 중요 정보가 들어있을 거로 보이는데, 지난해 법무부 국정감사 당시 자료도 남아있고, 옆을 봤더니 유일호 장관의 인사청문회 자료도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겨보겠습니다.

KDI 재직 당시 인사기록 카드도 첨부돼 있는데, 개인정보가 가득합니다.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가족관계와, 주소, 경력 등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거래 내용과 토지이용계획서까지 모두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개인정보들입니다.

심지어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본인이 아니면 뗄 수 없는 주민등록초본과 수십 년 전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도 발견됐습니다.

책자 옆 마대자루에는 각종 서면 답변자료와 업무현황이 한데 모여있습니다.

옆을 봤더니 올해 연도 기획재정부 연락망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담당 업무와 담당자 연락처까지 고스란히 한데 모아져 있고요, 게다가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인감증명서까지 모두 외부에 반출돼서는 안 될 정보들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조금만 뒤져도 각종 국정감사 자료집이 발견됩니다.

지난해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공소장과 경남기업 수사 결과도 포함돼 있습니다.

소형 트럭이 각종 문서를 국회 야외주차장으로 옮깁니다. 얼마든지 외부인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또다시 대형 트럭에 옮겨 담고 국회 밖으로 나갑니다. 국회에서 버려진 각종 문서와 책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어디로 가는지 한번 쫓아가 보겠습니다.

도착한 곳은 경기도의 한 재활용 업체입니다.

중요 문서를 버릴 땐 파쇄하거나 소각해야 합니다.

의원 사무실마다 문서 파쇄기가 있고 지하엔 대형 파쇄기가 있는 이유입니다.

[의원사무실 관계자 : 개인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게 한 방에 수만 건 안 되겠어요? 파쇄해서 버려야 하는데 잘 안 되죠. 개인 정보에 대한 의식이 약하죠.]

법을 제정하고 국정을 감시하는 국회는 시민이 접근할 수 없는 중요 정보까지 한 데 모이는 곳입니다.

그만큼 정보를 다루고 폐기하는 데 있어서 책임감이 뒤따라야 하는데 현장에선 중요 정보가 보시는 것처럼 마구 버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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