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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세돌 9단 솔직 고백…"알파고에 패한 건 아쉽게 생각한다"

입력 2016-05-10 22:10 수정 2016-05-10 23:46

"감각을 너무 믿어서는 안되겠구나…수읽기에 집중"

"알파고 이길 수 없는 존재는 아니다…다시 둔다면 박빙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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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너무 믿어서는 안되겠구나…수읽기에 집중"

"알파고 이길 수 없는 존재는 아니다…다시 둔다면 박빙일 것"

[앵커]

알파고에 1승 4패한 이후에 7전 7승 무패행진이 이어지면서 이세돌 9단이 더 강해졌다라는 말씀을 조금 전에 전해 드렸는데요. 이세돌 9단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이세돌 9단을 화상으로 연결하겠습니다.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에 방송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세돌 9단 오랜만에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세돌 9단/프로기사 : 안녕하세요. 목이 잠겼습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앵커]

좀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아까 5시쯤에 대국이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이세돌 9단/프로기사 : 보통 시합이 끝났을 때 패했다고 그러면 피곤할 텐데 오늘은 이기기도 했고 우승도 했기 때문에 그런 피곤함이 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앵커]

아까 말씀드린 대로, 환하게 웃으시니까 참 보기가 좋네요.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에 정말 뭐랄까요. 내가 달라졌다라는 것을 느끼십니까?

[이세돌 9단/프로기사 : 달라졌다기보다는 마음가짐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바둑을 둘 때의 자세나 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의식 같은 게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전에는 좀 목표를 좀 상실한 부분이 좀 있었는데요. 지금은 좀 그런 것들이 목표의식이 확실히 생겼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도움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앵커]

혹시 바둑 자체에 대한 어떤 뭐랄까요, 철학이랄까요. 그런 것이 좀 변화가 있기도 했습니까, 알파고 이후에.

[이세돌 9단/프로기사 : 바둑에 있어서 감각을 좀 감각적으로 많이 뒀는데요. 감각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되겠구나. 그러니까 예전에 백이라고 치면 지금은 한 70 정도 신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뭐랄까. 그 말씀을 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수읽기의 정확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수읽기, 수읽기의 정확도를 높이는 바둑 그리고 감각적인 바둑, 물론 차이가 있겠죠.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세돌 9단/프로기사 : 예전에는 감각적으로 뒀을 때는 어떻게 보면 인간으로서 한계가 있는 부분도 있겠습니다마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간다면 더 좋은 수, 더 창의적인 수들이 있는데 그거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너무 감각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까 좀 어떻게 보면 단조로운 바둑이 나왔을 수도 있고요. 좀 지금은 조금 더 수읽기로 좀 더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파고와의 바둑을 지금 복기하기는 때가 늦기는 했습니다마는 그러나 이런 질문을 좀 드리고 싶네요. 지금 돌이켜서 생각한다면 알파고는 어떤 존재로 느껴지십니까?

[이세돌 9단/프로기사 : 분명히 이길 수 없는 존재 이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다시 둔다면 그 당시 알파고라면 정말 박빙의 승부가 아닐까. 누가 다섯 판을 둬서 누가 3승하느냐. 5:5의 승부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하지만 문제는 알파고는 계속해서 발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 가정은 사실상 무의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혹시 그때 알파고하고 대결하실 때 나중에 다시 대결한다는 어떤 약속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이세돌 9단/프로기사 : 아니요. 전혀 그렇지는 않고요. 사실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길 줄 알고 그쪽이 이제 다시 도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지금 이제 반대입장이 돼서. 글쎄요. 알파고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다시 도전을 할 수 있을까. 물론 목표는 다시 한 번 또 두는 것이겠습니다마는 쉽지는 않은 문제 같습니다.

[앵커]

그 다섯 번의 대국을 치르면서 가장 흔들렸을 때랄까요. 저희들이 보기에는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그냥 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제 느낌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가장 아쉬웠고 또한 뭐랄까요, 흔들렸던 것은 마지막 대국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데. 혹시 제 생각이 맞습니까?

[이세돌 9단/프로기사 : 아쉬웠던 바둑은 5국이 맞습니다.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거는 5국이 맞고요. 하지만 가장 흔들렸던 바둑은 3국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 판을 지면서 시리즈 자체는 승부가 나버렸기 때문에 그 판에서 좀 너무 뭐랄까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많이 흔들렸고 대국 내용도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앵커]

어찌 됐든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에 이세돌 9단이 차지하고 있는 바둑계에서의 위치는 또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그 승패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했고 또 바둑에 대해서도 새롭게 사람들이 개안을 한 그러니까 새롭게 눈 뜬 그런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이세돌 9단으로서는 별로 아쉬울 게 없지 않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세돌 9단/프로기사 : 정말 많이 또 지켜봐주시고 응원해 주신 게 너무 감사드리고요. 그 덕택에 지금 좀 성적도 잘 나오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프로기사로서 바둑인으로서 그렇게 패한 것은 굉장히 아쉽게 생각을 하죠. 정말 어떻게 보면 또 부끄럽게도 생각을 하고요. 정말 더 노력해서 진짜 알파고와 다시 둘 수 있는 그런 위치까지 올라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굉장히 솔직한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얘기는 주변에서 잘 안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세돌 9단께도 그런 얘기는 좀 뭐랄까 좀 하기가 뭐해서 안 하는데 본인이 먼저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니까 듣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알파고와 다시 대결을 하고 안 하고는 사실 어떻게 보면 큰 중요성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바둑에서의 어떤 정진이랄까 그런 자세는 이세돌 9단에게 많은 사람들이 많이 배웠으니까요. 대국 끝나고 좀 물론 우승했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좀 피곤하실 것 같은데 이렇게 저희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세돌 9단/프로기사 : 감사합니다.]

[앵커]

맥심커피배에서 우승한, 전승으로 우승한 이세돌 9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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