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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명전도사' 이원영 "이름 바꾸고 일이 잘 풀렸냐고요?"

입력 2016-02-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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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이파크 수비수 이원영(35)은 원래 이름이 '정호'였다. 2012년 초 '원영'으로 바꿨다. 작명가인 지인 아버지의 권유였다. 그 뒤 일이 술술 풀렸다. 2012년 겨울 여현조(27)씨와 결혼했고 딸 은성(4), 아들 윤성(3)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2014년 부산에서 게임을 많이 못 뛰어 마음고생을 하던 그는 2015년 태국 프로축구 2부 리그 파타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전화위복이었다. 수비수면서도 13골이나 넣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1부에 올려놨다. 이름을 바꿔서 잘 된 것 같냐는 질문에 이원영은 이렇게 답했다.

"설마 그럴까.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바꾼 이름을 좋다고 생각하고 걸맞게 살려고 노력하니 삶이 달라졌다."

그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줄기차게 재개약을 원한 파타야의 구애를 뿌리치고 친정팀 부산으로 돌아왔다. 챌린지(2부)로 떨어진 팀을 내년 클래식(1부)으로 올리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부산 최영준(51) 감독은 이원영에게 주장을 맡기며 신뢰를 보였다. 1일(한국시간) 부산의 동계 전훈지 태국 방콕에서 이원영을 만났다.

-이름은 왜 바꾼 건가.

"친구 아버님이 작명가다. 바꾼 이름이 내 인생이 올바르게 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거라고 하셔서 바꿨다."

-'원영'은 무슨 뜻인가.

"으뜸 원(元), 영화로울 영(榮)이다. 특별한 뜻이 있는 건 아니다. 그 분(작명가)은 사주로 이름을 짓는 분은 아니다. 사람에 맞게 좋은 기운을 만드는 이름이 있다고 한다."

-이정협(국가대표 공격수. 이정기에서 이정협으로 개명)도 이름을 바꾸기 전 조언을 구했다고 하던데.

"정협이가 형은 어디서 개명했냐고 묻길래 알려줬다. 정협이 어머님이 그곳에 가셨는데 한 눈에 마음에 들어 정협이와 정협이 누나 이름까지 다 바꿨다."

-이정협 누나도 바꿨단 말인가.

"하하.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다. 아내,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그리고 장인과 장모, 처남까지 개명했다. 이름끼리도 좋은 궁합이 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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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동료들이 개명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다.

"맞다. 주위에 개명한 사람이 많다."

-개명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 이름을 바꿔서 잘 됐나고 생각하나.

"설마 그럴까.(웃음)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바꾼 이름을 좋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걸맞게 살려고 노력하니 삶이 달라졌다. 난 원래 성격이 불같았다. 도가 지나친 후배들에게는 얼굴 앞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은 달라졌다. 한 번 더 이해하고 기다리고 타이른다. 주변에서 많이 변했다고 한다. 그래도 예전 성격이 조금은 남았는데.(웃음)"

-파타야를 1부에 올려놓고 다시 K리그 2부로 왔다.

"작년에 태국에서 뛸 때 너무 행복했다. 즐겁게 축구했다. 속한 팀이 1부냐 2부냐는 중요하지 않다. 뛸 수 있는 팀, 날 원하는 팀이면 된다. 지금 팀이 2부면 내가 노력해서 1부로 올리면 된다."

-아내가 다시 한국으로 가는 걸 반대했다고.

"맞다. 한국 생활이 좀 각박하지 않나. 남의 눈 의식해야 하고 아이 키우기도 힘들고. 아내와 아이들 데리고 외식 한 번 해도 십 만원 이상 우습게 들고. 태국은 여유롭다. 후줄근한 차림으로 다녀도 되고 음식을 양껏 먹어도 싸고. 과일도 실컷 먹고. 망고를 좋아하는 아내가 태국 오면서 '망고에 묻혀살거야' 하더니 지금은 망고가 굴러다녀도 잘 안 먹는다.(웃음) 파타야에 왔을 때 구단에서 승용차를 마련해 주기로 했는데 자금 사정이 안 좋아 소위 '똥차'를 받았다. 그 똥차를 몰고 다니는데도 그냥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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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선수의 아내 여현조(27)씨 딸 은성(4), 아들 윤성(3)

-파타야가 재계약을 원했는데 부산으로 온 이유는.

"파타야는 연봉도 올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태국에 올 때 K리그에서 마무리를 제대로 못 해 아쉬움이 남았다. 부산의 친한 후배들이 작년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서로 도와 제대로 팀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태국 리그는 어떤가.

"열기가 대단하다. 축구에 미친 나라다. 리그 수준은 당연히 한국에는 못 미친다. 개인기량은 좋은데 조직력이 한참 부족하다. 동료가 빠지면 그 자리를 다른 선수가 커버해주는 그런 기본적인 이해도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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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많은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는데.

"2부 리그가 20팀인데 10팀에 한국 선수가 있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한국에서 축구하다가 안 되니까 태국에 오겠다는 마음이면 성공할 수 없다. 예전에는 한국 선수라고 하면 태국 구단들이 덥석 연봉 2~3억씩 주고 그랬다. 하지만 그들이 와서 엉망으로 했다. 불성실하고 놀러만 다니고…. 한 마디로 태국을 쉽게 생각한 거다. 당연히 다 실패했다. 성공한 선수는 몇 안 된다. 한 때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적도 있었다. 태국을 도피처라 생각하면 안 된다."

-올 시즌 주장이 됐는데.

"감독님 첫 말씀이 '네가 어떻게 해야하는 지 더 잘 알지'라고 하셨다. 그 말 안에 정말 많은 게 담겨 있지 않나. '예. 제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중간에서 역할 잘 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라고 했다."

-후배들을 어떻게 이끌고 싶나.

"나처럼 후회하지 않게 해주고 싶다. (이)동국이 형 예를 들어보겠다(이원영은 2년 선배 이동국과 절친). 동국이 형이랑 배드민턴을 친 적이 있다. 15점 경기인데 자기가 13점을 접어줄 테니 밥 내기를 하자고 하더라. 결국 그 2점을 못 내고 내가 졌다. 그런데 알고보니 동국이 형도 나를 만나기 전 1시간 먼저 와서 배드민턴을 처음 연습한 거였다. 나중에 내가 배드민턴을 정식으로 배운 뒤에야 동국이 형과 내가 둘 다 초보인데 실력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았다."

-그 이유가 뭐였나.

"동국이 형은 어떤 운동을 해도 핵심을 딱 알아챈다. 배드민턴은 코트 가운데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공 따라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건 초보다. 그 핵심을 동국이 형은 1시간 만에 깨우친 거다. 그 형은 축구 아니라 뭔 운동을 했어도 성공했을 거다.(웃음) 축구도 마찬가지다.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다 열심히 한다. 하지만 핵심 포인트를 알고 하느냐 모르고 그냥 열심히만 하느냐는 천지차이다. 난 이제야 그걸 깨닫고 있다. 어린 후배들이 빨리 깨우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

방콕(태국)=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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