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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통한 밀입국 심각…그들은 어디로 향하나?

입력 2016-02-0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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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이런 불법 체류를 위한 밀입국, 인천공항뿐 아니라 제주공항도 심각합니다. 관광 목적으로 왔던 베트남인 59명이 사라졌다가 붙잡히기도 했었죠. 비자없이 입국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있는데, 대책은 사실상 없습니다.

이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여행용 가방을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들. 주변을 살피다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단체 관광객 일행에서 이탈한 베트남 사람들입니다.

[호텔 관계자 : 하룻밤도 안 있고,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어요.) 무리지어 나간 건 없었어요.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나간 거 같아요.]

이들이 무비자로 제주공항에 도착한 건 지난 12일. 그런데 이 중 59명이 하루 만에 호텔에서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이 20~30대인 이들은 어디로 간 걸까?

숙소에서 35km 정도 떨어진 제주 한림읍의 한 농공단지입니다.

3명은 한 식품제조공장에서 일을 하다 붙잡혔습니다. 도착 하루 만에 취업을 한 겁니다. 미리 일자리가 결정이 된 상태에서 밀입국했던 겁니다.

[고용 식품업체 : 찍지 마시고 가세요. 할 말 없습니다. 우리도 피해자입니다. 저도 모릅니다.]

일부는 추적을 피해 은신해 있기도 했습니다.

이탈자 10여 명은 숙소 근처 다른 숙박업소 곳곳에 숨어있다 수색 중이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붙잡혔습니다.

한국말을 하는 남성이 데리고 왔는데, 숙박비만 내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모텔 주인 : 베트남 분이래요. 방 하나만 달라고. 원래 호실 하나에 4명이 잘 크기는 아니거든요. 딱해 보여서 (방을 줬죠.)]

검거된 이들은 취업을 위해 베트남에서 밀입국을 주선한 알선책에게 1만 500달러씩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 출입국관리소 관계자 : 돈을 줬다는 건 오기 전에 다 모집을 한 거 아닙니까. 오게 한 상태에서 한국에 가면 취업을 시켜주겠다고.]

제주도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겁니다.

제주도는 2006년부터 중국과 베트남 등 192개국 외국인들이 비자 없이 30일까지 머무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무단 이탈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국 여행사 측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여행사 관계자 : 저희는 놀러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가 뭘 어떻게 잡아요. 도망가는 사람을 어떻게 잡아.]

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단체 여행 도중 이탈 신고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여행 일정 도중 갑자기 사라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호텔 관계자 : 여행사에서 방을 미리 예약해요. 10개 쓴다, 20개 쓴다. 예약을 했다가 밤사이에 2~3명이 사라지잖아요. 그러면 방을 빼요. 줄여요. 브로커가 싣고 가버리는 거죠.]

더 큰 문제는 무단 이탈한 이들이 제주도를 벗어나 내륙으로 밀입국을 한다는 겁니다.

행방이 묘연한 이탈자들의 경우, 불법으로 제주도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밀항을 위한 준비는 점점 치밀해지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택배 차량 뒤에 숨어 육지로 가려던 중국인 5명이 붙잡혔고,

[한 사람씩 내려와. 천천히.]

어선으로 밀입국하려던 일행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민 : 무비자로 오면 2000만 원 정도 주면 육지로 갈 수 있어요. 어선 같은 거 태워주고. 밀항이죠.]

지난해 5월, 완도항 여객터미널. 승합차 위 루프박스에서 중국인 2명이 발견됐습니다.

숨구멍만 뚫어 누운 채 제주에서 완도까지 여객선을 통해 몰래 건너온 겁니다.

프랑스 칼레에서 영국으로 밀입국 단속을 하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소형 보트와 어선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제주 출입국관리소 관계자 : 어선이 수백 척 있습니다. 지금 사실상 오리무중입니다. 이동 반경이 넓고 이러니까 어디로 가는지 (모르죠.)]

지난해 무사증으로 제주를 찾은 외국인은 63만여 명. 제주도 전체 인구와 맞먹습니다.

또 사증 없이 제주에 들어와 불법 체류한 외국인은 4300여 명으로 4년 새 15배나 늘었습니다.

그러나 단속 인원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불법이) 하도 많으니까 제보 없는 한은 (힘들죠.) 없어졌는데 이삭줍기식으로 거둬들일 것도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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