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지금 보신 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추울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술 한잔. 흔히 얘기하는 소주 한잔이죠. 오히려 이게 추위를 막는 데 있어서 아주 나쁜 방법 중 하나라고 하죠? 오늘(20일) 팩트체크에서는 이렇게 추위와 관련해 잘못 알려진 상식들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술이 추위에 오히려 안 좋다는 건 과학적으로도 검증이 된 사실이라면서요?
[기자]
어제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먼저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14일) 전국 응급실에 154명의 저체온증 환자가 들어왔는데 절반 가까운 47%가 음주상태였다고 합니다. 음주를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꼽았는데요.
일단 술을 마시면 두 가지, 알코올 분해하느라 체온이 좀 올라가고, 혈관이 확장돼 몸 중심에 있던 혈액이 피부 쪽으로 펴져 나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따뜻해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몸속인데, 피가 이동함에 따라 여기 온도가 35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저체온증이 올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엄청난 오한과 두통, 발작까지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태가 됩니다.
[앵커]
하긴 겨울에 술 마시고 더 추웠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는 합니다. 또 한 가지, 이건 저도 궁금한 건데 옷의 색깔에 따라서 더 춥고 안 춥고 할 수가 있습니까?
[기자]
이게 상당히 논란이 되는 건데요.
추울 때 검은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설과 흰옷을 입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전자는 검은색이 햇빛의 열을 잘 흡수하고 흰색은 오히려 빛을 반사시키니 추울 때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후자는 아니다, 몸에서 나오는 열도 상당한데 흰옷을 입어야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체온을 지킬 수 있다는 겁니다.
뭐가 맞는지 물리학자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결론은 둘 다 맞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들어보시죠.
[김범준 교수/성균관대 물리학과 : 검은 옷을 입으면 외부에서 오는 햇빛은 더 흡수가 많이 된다는 이야기고, 하얀 옷은 반사되는 게 많은 거니까 흡수되는 건 적은 거죠. 몸에서도 빛이 나오거든요. (그렇다면) 피부 쪽의 옷의 안감은 하얀색이고 옷의 바깥쪽은 검은색이면, 외부에서 오는 햇빛의 에너지는 많이 흡수하고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 쪽의 에너지는 몸에 더 돌려주긴 하겠네요.]
[앵커]
안감은 하얗게 입고 거죽의 옷은 검게 입으면 된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 제가 입고 있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러닝셔츠는 하얀 걸 입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결국 두 주장 다 과학적으로 맞는다, 이런 얘기가 되는데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반대의 경우이긴 하지만, 네이처지가 1980년에 사막의 베두인족이 그러는 것처럼 더울 때 검은 옷을 입는 게 더 시원한지, 흰옷을 입는 게 나은지 실험해 봤는데요.
결국 둘 다 똑같았고 옷을 헐렁하게 입는 게 최고라는 결론이었습니다.
한국직물시험연구원에도 저희가 물었더니 보온을 위해서라면 마찬가지로 옷 색깔보다는 재질과 두께가 더 중요하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여러 겹으로 두껍게 입는 게 최고라는 거죠.
추위와 관련한 또 다른 논란은, 추울 때 뜨거운 음료를 마셔야 하느냐 오히려 차가운 음료를 마셔야 하느냐 하는 것도 있습니다.
[앵커]
이것도 논란인가요? 추울 때는 따뜻한 거 마시면 게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기자]
당연히 많이들 그렇게들 생각하시겠지만, 케임브리지대의 한 신경과학자가 내놓은 연구 결과 때문에 '오히려 찬 음료를 마시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혀에 있는 신경계에서 '뭔가 뜨거운 게 들어왔다. 땀을 흘려라'라는 신호를 온몸에 보내 실제 땀이 나오고 또 그게 증발하면서 체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거죠.
반면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혈관이 수축돼 체온을 더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럴 수 있다는 거고 실제 오늘같이 엄청나게 추운 날은 어떨까, 전문가들 의견은 이랬습니다.
[박민선 교수/서울대 가정의학과 : 추울 때 찬 음료를 먹어서 혈관을 수축시키고 열이 빠져나가는 걸 막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추위에 그냥 노출되는 게 좋죠. 외부에서 들어오는 게 찬 게 들어온다는 건, 소화기 기능이나 이런 것들이 나빠지고 소화기를 수축하게 되고, 그래서 좋은 건 아니죠. 그걸 몸에 적절한 온도로 바꾸는 데도 몸이 에너지를 요하는 거니까요.]
[앵커]
그런데 글쎄요, 왜 냉면이 겨울 음식이라고 하잖아요, 원래? 그래서 저는 아까 전문가가 말씀하신 걸 듣고 우리 조상이 역시 현명하셨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또 이분 생각은 좀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추운 날 당연히 따뜻한 걸 마신다.
그런데 제가 가진 기준은 좀 다르기도 한데요. 추운 날 따뜻한 것을 먹는 사람들은 좀 나이 드신 분들이고 젊은이들은 추운 날도 여전히 아이스커피나 이런 걸 먹더군요. 아무튼, 네, 알겠습니다. 또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습니까?
[기자]
오늘 아침 설악산에서 구조된 분들. 동상 걸렸다는 소식 앞서 전해 드렸었죠?
동상에 걸렸을 때 손발을 잘 문질러줘야 한다, 그래서 열을 내야 한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 많은데, 이러면 동상으로 얼어있는 결정이 세포조직을 오히려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또 히터에 직접 가져다 대면 감각이 없는 상태라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38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동상 부위를 20~40분 담가 녹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와 펙트체크 진행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