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범죄는 잊혀져서는 안된다. 한국 정부가 합의조건으로 소녀상을 철거하고 위안부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것이다."
한·일 위안부합의가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위안부 범죄는 역사의 교훈으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하며, 아베의 사과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과가 아니라 '지정학적(geopolitics)' 사과라고 미국 학자가 질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아 펠드먼(45) 하버드 국제법 교수가 위안부 합의 직후인 지난해 12월28일 블룸버그 뉴스의 '뷰(Bloomberg View)' 난에 올린 '사과는 한국 위안부들을 위한 정의가 아니다'가 화제다. 블룸버그뷰의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하는 펠드먼 교수는 "일본 정부의 사과는 감정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중국의 부상과 함께 일본과 한국이 상호 방위를 위한 필요성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냉전 : 지구경쟁의 미래' 등 6권의 저서를 출간한 펠드먼 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1993년의 완곡한 사과(고노담화)는 일본정부가 위안부성노예에 개입한 것을 부인하는 것"으로 당시 일부 피해자들이 민간기금의 배상을 거부한 사실을 환기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 책임 인정이 중요한 포인트임을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은 일본 전시 잔혹행위들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강경한 국수주의자로 과거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참배로 중국과 한국을 분노케 했다. 아베의 영혼없는 사과는 중국의 군사팽창에 따른 국가안보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불투명한 냉전의 환경이 조성되면서 일본과 한국의 연대가 아베에게 중요해지고 있다. 그것이 아베가 830만 달러 기금과 함께 위안부여성들에 대한 사과라는 정치적 대가를 치르기로 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펠드먼 교수는 이번 합의에 따라붙은 '옵션'의 문제점도 주목했다. "이번 합의는 사과와 돈만 첨부된 게 아니다. 한국이 위안부문제를 마무리짓고 차후 다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전제됐다. 아베는 자국민들에게 돈을 주고 한국의 침묵을 샀기 때문에 일본이 공격적이고 국수주의적일 때 파생되는 논란을 피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과와 보상을 받는 것은 기본이다. 모든 불법행위는 보상과 정의로 합의될 수 있지만 인륜에 반하는 범죄는 자동차사고와는 다르다. 2차대전 때 성노예가 된 여성들은 결코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강간 당했고 기본적인 여성의 권리가 무시되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성노예 범죄에 대해 사과와 보상의 대가로 침묵을 약속하는 것은 잘못의 범위와 의미를 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본은 협상과정에서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했고 한국은 소녀상을 없애는 문제를 생존자들과 협의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펠드먼 교수는 "인륜에 반하는 범죄는 세계의 관심사이다. 그것들은 잊혀져서는 안된다. 계속 논의되고 기념되어야 하며 숨기거나 억눌려서도 안된다. 범죄에 대한 기억은 보상과는 별개로 생생하게 유지돼야 한다. 한국정부가 더 이상 언급을 않고 가해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을 중단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펠드먼 교수는 "끔찍한 잘못의 기억은 그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한 자극제로 계속 환기시켜야 한다. 위안부들에 겪은 일에 대한 우리들의 경각심은 이슬람국가(ISIS)와 보코하람이 성노예로 납치한 여성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어떠한 화해도 현재의 범죄와 화해를 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노아 펠드먼 교수는 하버드대와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이슬람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동전문가이자 헌법학에 정통한 국제법전문가로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뷰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