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주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었는데, 회사측이 119 구급차량까지 돌려보내고 대응을 늦춘 과정에서 결국 숨지고 만 사건, 지난 여름에 저희 JTBC가 집중보도해드렸었습니다. 산업재해를 은폐하려는 업체들의 관행에 비난이 쏟아졌었고 당국도 조사에 나섰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윤샘이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7월 충북 청주의 한 화장품 공장.
빠른 속도로 달리던 지게차가 직원 이모 씨를 치고 지나갑니다.
바닥에 쓰러진 이씨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차가 공장 입구까지 왔지만 회사 측은 별일 아니라며 돌려보냈습니다.
사고 20여 분이 지난 뒤에야 회사 승합차를 타고 지정병원으로 향한 이씨는 결국 과다출혈로 숨졌습니다.
사고 현장을 담은 CCTV 영상이 공개되자 업체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청주 지게차 사고를 계기로 고용노동부는 현재 전국 지게차 보유 사업장 2800여 곳을 상대로 특별 감독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고가 있었던 충북 청주 지역에서만 68곳이 점검을 받았는데 30%가 넘는 21개 업체가 안전 관리 책무 위반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은 곳도 1곳, 시정명령을 받은 곳은 16곳이었습니다.
과거 산업재해가 발생했던 업체를 위주로 감독했는데 안전상 문제가 여전히 드러난 겁니다.
현장의 지게차 기사들도 사고 이후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합니다.
[지게차 운전기사 : 너 자동차 운전할 줄 아니까 너 한번 올라가서 해라. 너 나 할 것 없이 운전만 할 줄 알면 다 하는 거지.]
지게차 사고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자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도 여전합니다.
[지게차 운전기사 : 지게차 사고가 아닌 것으로 해버리지. 지게차로 사고 난 게 아니고 다른 것으로 사고 난 것처럼.]
사고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전남 영암군의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에서 하청업체 직원 마모 씨가 지게차에 깔려 숨졌습니다.
청주 지게차 사고와 마찬가지로 화물이 가득 실려 운전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고 유도자도 없었습니다.
[노조 관계자/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 : 지게차가 이동하게 되면 유도자를 배치해서 안전하게 이동하게 돼 있는데 그게 안 된 거죠.]
어렵게 산재 인정을 받아도 이후 삶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지난 9월 롯데건설의 공사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김성규 씨는 척추가 탈골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산재 인정은 받았지만 하청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롯데 측과의 보상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성규 : (롯데건설 측이) 조금 적극적이었으면 하는데 그런 게 잘 안되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나 몰라라 떠미는 것 같기도 하고.]
롯데 측은 치료비 등 이외의 보상은 원칙적으로 하청업체와 논의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렇듯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되풀이되는 건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강문대 변호사/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 내부 시스템이 낯설고 익숙지 않은 가운데서 작업이 이뤄지고 충분한 정보, 안전교육이 안 된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가해자도 외주용역, 피해자도 외주용역, 이런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원청 업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