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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청와대 구조, 소통에 문제 없나? 확인해보니…

입력 2015-11-04 22:18 수정 2015-11-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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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와대의 구조 자체가 소통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은 그동안 많이 나왔는데요. 이번에 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청와대 건물 배치를 다시 할 예산을 주겠다" 했더니, 정작 청와대에선 "필요 없다. 소통 잘 되고 있다"면서 거부를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 구조에 정말 문제가 없는 건지, 소통 문제도 걱정할 부분 없는지 오늘(4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게 어디서 나온 이야기입니까?

[기자]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에서 예산 심의를 하는 과정에 나온 이야기인데, 속기록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인 위민관을 재배치하기 위한 설계 용역 비용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더니,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대통령과 보좌진 간 소통에는 지금도 문제가 없다. 2017년 예산에나 반영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사실상 예산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한 겁니다.

[앵커]

글쎄요. 그동안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관들이 일하는 사무실. 위민관이라고 한다고 했죠. 거리가 너무 멀다라는 점은 많이 지적되기는 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지적이 됐었고요. 지도를 보면서 한번 설명을 드릴 텐데요.

지금 이 위쪽에 있는 본관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곳이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비서들이 일하는 이 위민관. 직선거리가 무려 500m나 됩니다.

그러니 실무적으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데, 지난 정부 이곳에서 일했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에게 직접 한번 들어봤습니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청와대 : (위민관에서 본관까지) 차를 타고 5분, 도보로 한 10분 걸린다고 하는데 10분 더 걸려요. 걸어서 오르내리면 15분에서 20분 걸려요. 그러니까 이제 인터폰을 많이 쓰는데. 이렇게 비서실이 떨어져 있고 면담일정을 잡아서 가서 대통령에 보고하고, 이렇게 하는 건 권위주의 시대에 맞는 거지.]

[앵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이런 얘기가 없었던 모양이죠?

[기자]

그때도 지적이 되기는 했었는데, 지금처럼. 왜냐하면 정권 말이나 그리고 이번 정권 인수위 들어섰을 때 특히 또 이렇게 해야 된다는 문제 지적이 많이 있었는데 그냥 또 묵살돼 왔습니다.

위민관에도 대통령 업무공간이 있긴 하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고, 본관에는 부속실 정도만 있어 비서관들이 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둘 간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거죠.

[앵커]

그런데 드라마하고 영화 같은 데 보면 미국 백악관 같은 데는 굉장히 가까운 데 있는 것 같던데.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의 한 장면을 보여드릴 텐데요.

여기 나오는 백악관을 보면 좁은 복도를 지나서 여러 방을 지나서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들어가는 모습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지나온 방들이 비서실장실, 대변인실, 안보보좌관실 이렇습니다.

웨스트윙이라는 공간 안에 대통령 집무와 관련한 비서관들이 다 모여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미국뿐이 아닙니다. 영국 역시 총리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에는 총리집무실에 비서실장 사무실 등 업무공간이 있고 바로 옆 11번지에는 재무장관 집무실이 있어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최근 완공된 독일 총리관저는 이런 실무진과의 접촉을 높이기 위해, 집무실과 비서실, 장관실을 4개 층에 몰아놨고 특히 총리 집무실과 비서실 간의 거리는 15걸음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청와대와는 많이 다른 거죠.

[앵커]

15걸음과 500m 차이군요, 그러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까? SNS도 있고 그렇죠. 이메일도 있고 굳이 꼭 만나야 되느냐. 공간적으로 가까워져야 더 소통이 잘된다는 무슨 근거 같은 게 있습니까?

[기자]

그 부분 찾아봤는데요. 경영학에 '앨런 커브'라는 유명한 개념이 있습니다. 미국 MIT 경영전문대학원의 토머스 앨런 교수가 제시한 내용입니다.

업무 공간 내에서 사람들 간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 그만큼 소통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내용으로, 지금 보시는 것처럼 '15m의 법칙'이라고 해서 서로 그 안에 있을 때 소통이 급격하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일본 정치학계의 원로인 미쿠리야 타카시 교수도 '건축이 정치를 결정하고 정치가 건축을 결정한다'면서 '국가 수장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면 집무실이 고립되고 결국 그 자신이 고립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공간과 소통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런데 보통 정부 부처에서 예산을 요구하면 국회에서 깎으려고 한다든가 그런 건 많이 봤는데, 이 경우에는 반대로 국회에서 예산 주겠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됐다, 이렇게 했단 말이죠. (그렇습니다) 드문 현상이기는 하네요.

[기자]

맞습니다. 게다가 위민관은 지은 지 43년, 46년 된 건물이라 재난위험시설 D등급을 받았습니다.

재작년엔 경제수석실 방 천장이 내려앉아 유리벽이 깨지는 일도 있어서 재건축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단 이재만 비서관은 "재배치할 경우 대체 사무실을 알아봐야 한다"며 당장 추진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평론가들 사이에선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들어보시죠.

[김민전 교수/경희대 정치학과 : 청와대 내에서도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을 이 정부만큼 많이 받은 적이 있느냐 이런 차원에서 본다고 하면, 그것(구조문제)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기분 나쁘고, 하고 싶지 않은 부분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앵커]

아무튼, 그보다 아까 왜 D등급이라고 했잖아요. 저도 과거에 100분토론 할 때 저기 청와대 가서 토론회 한번 하느라고 위민관에 들러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낡기는 낡았더군요. D등급까지인지는 몰랐습니다.

아무튼 김민전 교수의 분석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민전 교수 얘기는 예산을 받으면, 그러면 여태까지 불통 논란이 사실이 아니냐. 이렇게 청와대에서는 오히려 우려한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건가요?

[기자]

그런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거절한 것 아니냐라는 그런 분석도 나오는 건데요.

또 앞서 청와대 측에선 "대통령과 보좌진 간의 소통에는 지금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죠?

그런데 지난해 세월호 사고 당시 7시간 동안 대통령 연락이 안 됐던 것 기억하실 거고, 또 지난 6월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또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가 터졌을 때 장관이 대면보고를 못했던 게 문제로 지적됐죠.

그리고 최근 방사청의 KFX 사업 관련한 보고 누락 논란까지, 모두 공통점을 보면 소통이란 문제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청와대가 문제없다고 한 소통과 국민들이 느끼는 소통, 상당한 온도차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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