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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팩스…Turn Off'

입력 2015-11-0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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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팩스는 정보화의 퇴보를 초래했고, 그 결과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것… '융합과 창조기술' 바로 그 모델을 제시한 곳이 'MIT 미디어 랩'입니다. 설립자인 네그로폰테 교수는, 팩시밀리, 즉 팩스야말로 디지털시대의 오점이라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팩스는 관료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하지요. 팩스라는 기계 설비를 갖추고 전화선을 확보하고, 토너와 종이를 지속적으로 갈아주어야 하며, 문서를 하나하나 정리해야 하는. 관리자가 따로 있어야 돌아가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팩스는 정부의 권위주의, 공공서비스의 높은 장벽을 상징한다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기 위한 행정고시를 앞두고 교육부가 공지한 반대의견 수렴 공지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반에서 팩스는 잘 쓰지 않습니다. 보통은 이메일로 업무를 보거나, 자료를 주고받지 않으시는지요? 카톡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를 더 자주 이용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좀 더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게 순리일 테니까요.

정부가 팩스에 집착하는 다른 사례가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메르스로 된서리를 맞은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IT 기반의 '통합정보시스템'을 갖춥니다.

그런데 보건소의 메르스 관련 보고뿐 아니라, 다른 기관의 정보 교환조차 실상 현장에서는 상당 부분 팩스로 이뤄졌다고 하는군요.

어찌 보면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시대를 따라가고 싶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아마도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이의 제기를 '악성 민원인들의 원성' 정도로 여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의견을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팩스나 우편은 벽으로 느껴졌겠지요. 그렇게 해서 오늘 나온 총리의 담화는 교육현장의 99.9퍼센트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로 배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담화'라는 것도 역시 우리에겐 익숙한 풍경입니다만… 선진국에선 요즘 담화 방식은 잘 쓰지 않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면, 시민들은 오히려 의문과 반감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팩스와 담화… 요즘 세상엔 '통하지 않음'의 또 다른 이름들이 아닌가…

일반인들이 거의 쓰지 않는 팩스, 그리고 일방통행식의 담화… 그리고 수십억이 들어간 여론전… 이것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이라고 또다시 역사에 남게 된다면, 후세에선 어떻게 평가할까요.

아, 한 가지 덧붙인다면… 행정예고 마지막 날, 그나마도 그 교육부 팩스는 상당시간 꺼져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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