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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수혈을 위해 감금된 개들…'공혈견'을 아십니까?

입력 2015-10-06 21:36 수정 2015-11-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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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혈견'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공혈견은 다치거나 병든 개들에게 수혈용 혈액을 공급하는 개들을 말합니다. 국내엔 대학병원 몇 곳에서 자체적으로 몇 마리씩 공혈견을 기르긴 하지만, 개 혈액의 90% 정도는 민간 독점업체인 한국동물혈액은행이라는 곳에서 취급되고 있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이 동물혈액병원은 외부엔 한번도 공개가 된 적이 없습니다. 탐사플러스 취재팀이 담당 공무원의 도움을 얻어 처음으로 사육장 내부를 확인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바로 아시겠지만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정제윤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고성군 인근 야산.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잠겨 있는 빨간 철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개 혈액을 판매하는 한국동물혈액은행의 개 사육장 입구입니다.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밖에서 사육장이 보이진 않습니다.

사육장과 연결된 폐수관에선 악취가 나는 폐수가 계속 흘러나옵니다.

[주민 : 아마 시커먼 물이 내려갈 거예요. 짐승 악취 중에선 개가 제일 심해. 엄청 심해.]

취재진은 담당 공무원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와 함께 개 사육장 내부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업체는 공무원들의 단속을 거부합니다.

[한국동물혈액은행 측 : 들어가면 안 돼요. (왜요. 왜 안 되는데요?) 아. 들어가지 마십시요.]

현행 동물보호법상 공무원은 동물의 보호 및 공중위생 실태조사를 위해 관리시설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먼저 시설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들이 막아섭니다.

[한국동물혈액은행 직원 : 사람도 혈액을 채취하죠. 그게 중간에 문제가 생기나요?]

두 시간 넘게 승강이를 벌인 끝에 사육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300마리 정도 되는 개들이 비좁은 우리 안에 가득 차 있습니다.

개 우리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바닥은 철망만 얼기설기 엮여 있어 개들이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바닥엔 배설물이 나뒹굴고 곳곳에 토사 흔적도 보입니다.

우리 안엔 사료 대신 사람이 먹다 남긴 걸로 보이는 음식물 찌꺼기가 그릇에 담겨있고, 물이 담긴 물통은 오래 닦지 않아 녹조가 껴있었습니다.

물이 빠져야 하는 배수구 중 일부는 오물로 막혀 있기도 합니다.

개들 중 여러 마리는 우리 안에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특이 행동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사육장 한켠엔 개밥으로 사용되는 음식물 찌꺼기가 보관 중이었습니다.

음식물을 끓이는 가마솥엔 곰팡이로 추정되는 부유물이 둥둥 떠다닙니다.

방역은 잘 되고 있을까.

[한국동물혈액은행 직원 : (방역은 어떤 식으로 하세요?) 대답할 것도 없고, 할 말도 없고.]

보여주길 거부하던 직원은 방역도구를 확인시켜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합니다.

직원이 한동안 기계를 만졌으나 작동이 되질 않습니다.

[한국동물혈액은행 직원 : (기계는 됐고, (방역) 약품을 보여달라고요.) 모기, 파리 죽이는 거. (소독약은 따로 없어요?) 소독약 없어요. 그거면 됐지 뭐. 여름에나 있지. 가을에 모기가 있어 지금? (아저씨들은 왔다갔다 외부출입 하시면서 어떤 걸로 소독하세요? 파리, 모기 그걸로 하세요?) 우리가? 왜 그걸로 해?]

직원들은 끝까지 소독약품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취재진은 사육장 실태를 전문가들에게 보여줬습니다.

[문재봉 원장/이리온 동물병원 : 한 개체당 차지하는 사육하는 생활하는 공간이 너무 좁아요. 전혀 땅을 디딜 수 없는 환경이잖아요. 동물복지 차원에서 상당히 열악한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본 시민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윤동진/대구 수성동 : 만약에 저희 강아지가 그런 강아지한테 수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저는 받게 하고 싶진 않아요.]

사육장에 동행한 동물단체 대표는 공혈견들의 혈액 채취 횟수 등에 대한 우려도 표합니다.

[박소연 공동대표/동물보호단체 케어 : (전국 동물병원의) 4분의 1만 혈액은행을 이용했고, 정말 손님 없는 병원을 기준으로 봐도 3백마리가 한 달에 3회 이상 공급하지 않았을까.]

미국 등 선진국엔 한 달에 한 번 이상 공혈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지침 등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엔 공혈견 관련 지침이나 규정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

때문에 공혈견에 대한 관리 감독도 없을뿐더러 사육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조차 없는 겁니다.

[채민석 원장/동물자유연대 부속동물병원 : 이렇게 열악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혈액 채취하는 작업이 몇 초 안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거든요. 오염될 소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혈액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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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혈견' 관련 반론보도문

본 방송은 지난 10월 6일 뉴스룸 프로그램에서 한국동물혈액은행의 개사육장의 위생 및 환경이 열악하여 공혈견들의 복지가 우려스럽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동물혈액은행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육장의 크기는 미국농림부가 제정한 동물복지규약보다 1.5배가 큰 것이며, 채혈 횟수는 한 달에 3회가 아닌, 3~5주마다 채혈을 실시하고 있다. 개들의 맴돌이 현상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으며, 방송에 나온 음식 보관 장소는 개의 배설물과 남긴 음식을 모아 퇴비를 위해 쓰레기를 보관하는 장소이지 음식물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다. 또한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는 염분 농도를 재고 염분 농도가 1% 이하가 되면 공급을 하기 때문에 공혈견의 혈액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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