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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슬며시 다시 채워진 '입석'…정부는 '모른척'

입력 2015-09-21 22:49 수정 2015-09-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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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안전을 강조하면서 달라진 게 하나 있죠. 바로 광역버스의 입석을 금지한 건데요. 그리곤 1년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바 그대로입니다. 아침 출근 시간이 아쉬운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만원 버스에 오르고, 손해 볼 게 없는 업체들은 슬그머니 입석 승객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다시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오늘(21일) 밀착카메라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수원역 주변은 새벽부터 분주합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7시 반. 수원역에서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 정류장 앞에 나와 있습니다.

주변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요. 과연 출근길 버스 안은 어떤지 직접 타고 출근해보겠습니다.

출발한 지 20분쯤 지나자 빈 좌석은 없습니다. 승객들이 서 있는 상태로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버스 운전사 : 입석 돼요. 타시는 분들이 타겠다고 그러는데 우리가 안 태울 수 없잖아요.]

서울에서 경기도로 향하는 출근길 상황도 비슷합니다.

남은 좌석 수는 0이라고 표시돼 있지만, 승객들은 계속 탑니다.

[오동엽/서울 마곡동 : 위험하죠. 자유로인데요. 쌩쌩 달리는 곳이에요.]

퇴근 때는 더 심각합니다.

입석은 기본이고, 버스를 타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승객이 앞문 계단까지 가득 차자, 뒷문이 열립니다.

카메라를 착용한 채로 버스 안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앞사람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안전사고에만 무방비 상태인 건 아닙니다.

좌석은 오히려 더 좁아졌습니다.

[박상욱/경기 영통동 : 앞뒤 간격이 더 좁아져서 무릎이 오히려 이제 건장한 성인 남성인 경우에는 앞좌석에 부딪힐 정도인 것 같습니다.]

입석금지 시행 이후, 운송업체에서 좌석 수를 늘렸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기도에서 운행 중인 이 버스는 승객 45명이 앉을 수 있는데요. 원래는 41개 석이었는데 좌석을 늘리기 위해서 뒷문을 막고 4개 좌석을 추가 만들었는데요.

문제는 좌석은 늘어난 만큼 좌석의 앞뒤 간격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더 좁은 버스도 있습니다.

이번엔 49인승입니다. 좌석에 앉아 보니깐 무릎 앞에 주먹이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좁은데요.

등받이에서 앞좌석까지 거리를 재어보니깐 55cm로 안전기준은 65cm에 훨씬 못 미칩니다.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마저 끊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버스 운송업체 관계자 : 출근 시간대만 그렇고 나머지 시간에는 승객 몇 사람 타고 다니는데 잠깐 차량 증차한다는 것도 엄청 힘들고요.]

경기도는 새 대안으로 이층 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르면 이번 달 말 정식 운행될 이층 버스입니다.

저상형 버스로 바닥이 비교적 낮고 안쪽에 별도의 계단 없이 승차가 가능한데요.

안쪽에는 앞과 뒤쪽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는데요. 2층엔 1층보다 더 많은 좌석이 마련돼 있습니다.

기존의 광역버스보다는 30석 가까이 많은 75석입니다.

천장 높이는 비교적 낮은 편이라 머리가 닿을 정도입니다.

또, 좌석에 앉으면 앉은 상태로 하차버튼을 누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안전 문제는 여전히 지적됩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 영국이나 외국에서 관광용으로 주로 쓰는 것들을 투입하는 건데요. 무게중심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버스 운전하는 식으로 하면 안 되거든요.]

20년 경력의 운전사에게도 이층 버스 운전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백서연/버스 운전사 : 이건 조금만 울렁거려도 밑이 닿으니깐요. 커브길 같은 경우에는 특히 더 조심해야죠.]

정부가 대대적으로 입석 금지를 시행한 지는 일 년이 넘었지만, 현재 광역버스 내에서 시민의 편의와 안전 그 어느 쪽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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