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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삶·직장까지 버리고…2030, 왜 한국 등질까?

입력 2015-09-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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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제로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20~30대 분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가족들과 헤어지더라도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 말도 했습니다.

정제윤 기자의 보도로 계속해서 보시겠습니다.



[기자]

[세월호에서부터 그때 좀 절망을 했다고 해야 되나?]
[좋은 일자리 개수는 정해져 있고]
[제 자녀한테는 그렇게 살지 않게 해주는 환경을 주고 싶고]
[다 남이 너 성공했다고 해야지 성공을 한 거고]
[편견,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한국보다는 외국에서의 삶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 입사해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장모 씨.

[장모 씨/이민 예정자 : 사회에서 우리에게 암묵적으로 바라는 모습들이 있는데 그것을 해내지 못했을 때는 루저(실패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 씨는 아무 연고가 없는 캐나다나 호주로 이민을 계획 중입니다.

[장모 씨/이민 예정자 : 허드렛일 같은 것을 했을 때 그들의 시선이 조금 부드럽고, 조금 더 주체적으로 제가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홍보 관련 인턴을 하고 있는 20대 홍모 씨도 마찬가집니다.

[홍모 씨/이민 예정자 : 취업을 하고 나서는 다들 결혼하려고 바쁘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다 똑같은 길을 사는 게 저는 싫었어요.]

취재진이 만난 20~30대 젊은 여성들은 한국을 떠나려는 이유로 상대적 박탈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호주 이민을 선택한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합니다.

[장강명/소설 '한국이 싫어서' 저자 :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약자 그룹이 하나는 청년층이라고 생각하고요. 또 한 층은 여성들이라고 생각해요. 접시를 닦으면서 살아도 사람 대접을 받으면서 사는 게 좋다.]

20대 박모 씨는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얼마 전 입사를 포기했습니다.

[박모 씨/이민 예정자 : 아버지, 어머니는 그런 거 원하시잖아요. 양복 입고 회사 가고. 그런데 그런 거 '빛 좋은 개살구'라고 생각했어요.]

대신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민을 준비 중입니다.

[박모 씨/이민 예정자 : 열심히 일한 만큼 벌고, 생활하고, 집을 충분히 몇 년 안에 살 수 있고, 내 자식을 잘 키울 수 있다면 왜 가겠어요.]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30대 김모 씨는 이민을 통해 가족과의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김모 씨/이민 예정자 : '내가 20년 뒤 무엇을 하고 있을까'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그냥 옆에 계신 차장님이더라고요. 저녁이 보장된다거나 가족하고의 삶이 보장되는 삶이 아니잖아요.]

한국 대기업의 해외법인장으로 10년을 근무한 한 외국인도 최근 자신의 책에서 이런 문화를 꼬집었습니다.

[에리크 쉬르데주/'한국인은 미쳤다' 저자 : (한국 기업에선) 상사가 항상 옳다고 보기 때문에 아랫사람은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직장인들도 가족보다 일을 더 우선시합니다.]

남들과 다름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싫다며 이민을 결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동성애자인 김모 씨는 한국에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릴 수 없다고 토로합니다.

[김모 씨/이민 예정자 : 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어요. 한국에서는 동성애자로서 꿈을 설계하기가 힘들다.]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김명호 씨는 한국 사회가 가진 편견이 싫어 국적 포기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명호/캐나다 영주권자 : 거기서 살 때 제가 가장 좋았던 점은 일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요. 스타벅스에서 일하던 친구가 다음 날은 대형 은행에서 일을 하는데 시급이 똑같아요. 우리나라는 그냥 자기 삶은 아닌 것 같아요.]

경쟁과 성과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석호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 일생이 경쟁이고, 일생이 스트레스에요. 당연히 떠나고 싶지. 경쟁 중심사회. 그리고 '성과 중심 사회' 모델 대신 협력과 공존 그리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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