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직 장관의 건배사가 정국을 흔드는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그제(25일)죠.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새누리당 연찬회에 가서 이렇게 건배사를 했습니다. 정 장관이 "총선" 했고 뒤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필승" 하고 따라서 하면서 이게 문제가 된 건데요. 총선, 필승 이게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게 아닌지, 그리고 장관으로서 적절한 발언이었는지 오늘 김필규 기자와 함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오늘 새정치연합에서 선관위에 고발했죠?
[기자]
예, 발언 사실이 알려진 직후 새정치연합에서 대통령에게 정 장관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는 한편, 오늘 문재인 대표 명의로 선관위에 조사의뢰서를 보냈습니다.
인구 정보 등 선거 때 필요한 자료들을 선관위에 제공하는 게 행자부고, 또 공직자의 선거개입 행위를 신고하는 '공직비리 익명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는 데다, 선거사범을 수사할 경찰청도 행자부 산하에 있으니 이런 조직의 수장으로선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내용입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담은 공직선거법 9조도 위반했다는 걸 조사 의뢰한 이유로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각에서는 사실 건배사 하나 갖고 뭘 그렇게 대단하게 요란스럽게 하느냐, 이런 얘기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 건배사라는 게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꽤나 큰 의미를 지니는데, 과거에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 건배사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까?
[기자]
네, 바로 지난해 국회의원 재보선 당시 울산의 한 현직 구청장이 선거운동 기간 전에 사조직이 주최한 모임에 참석해 정치적인 이야기도 하고, 또 술자리에선 "단디"라는 건배사도 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제대로" 이런 말이니 '제대로 좀 밀어달라'는 뜻이었던 건데,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들어가 80만 원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2008년 제주도에선 김태환 당시 지사의 주민소환이 진행됐는데 투표를 앞두고 한 도청 간부가 산악인 모임에서 "가지-말자"라는 건배사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투표하러 가지 말자, 무산시키자' 이런 의미였던 거죠.
[앵커]
울산구청장 경우를 보면 일단 80만원 선고가 됐죠. 그러면 일단 공직은 유지는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유죄가 인정된 건데 이번 건도 비슷하게 보면 될까요?
[기자]
그렇게 또 보기에는 좀 다른 부분이 있었는데요. 전문가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 일단 그게 정치적으로 내지는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 이런 것 하고, 완전히 법 위반으로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냐, 이 문제는 엄격성에서 좀 다르거든요. 법적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대한 고의, 과실 여부를 따져야 하지 않습니까? 그건 입증하기가 어렵고 본인은 당연히 아니라고 할 테니까 이게 법적으로 따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조금 더 설명을 드리면 어떤 정치인, 어떤 장관의 발언이 사전선거 운동이었느냐 아니냐를 보려면, 어떤 선거를 이야기한 것인지, 어떤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한 것인지, 당선시켜달라고 한 건지 낙선시켜달라고 한 건지, 누구에게 한 이야기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앞서 울산의 경우는 이게 다 명확합니다. 그래서 유죄가 나왔던 건데요.
그런데 정 장관 발언의 경우,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누구의 필승을 이야기했는지 특정하지 않았다', 또 '일반 유권자가 아닌 새누리당 의원과 당원들에게 의례적으로 한 말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울산 경우와 똑같이 판단하기 애매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선관위에서 이제 검토에 들어갈 텐데 결국 장영수 교수의 얘기대로라면 특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이렇게 봐야 하겠습니까?
[기자]
그런데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에는 또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황정근/변호사 : (공직선거법에) 선거 운동은 아니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할 수 없다는 게 있어요. 그게 작년에 새로 생긴 조문이 있는데. 그걸 따져봐야 해요. 지위를 이용한 거는 그것은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게 아주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그거는 선례가 없을 것 같네요.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그러니까 '선거 결과'뿐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지난해 공직선거법에 새로 들어간 겁니다. 이번 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공직선거법과는 별개로 '공무원은 특정 정당을 지지해선 안 된다'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게 교수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황 변호사의 얘기는 앞에 장영수 교수 얘기하고는 좀 다른데. 그렇다면 이게 첫 사례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선관위가 오늘 고발이 됐기 때문에 검토를 들어갔을 텐데 일단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겠죠?
[기자]
일단 저희와 통화에서 선관위는 "지금은 언론 보도 내용으로밖에 파악하지 못했다. 상황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유사 사례를 가지고 결과를 유추해 답변하기 힘들다"며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결과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행자부가 지난해 발간한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무원이 지켜야 할 행위 기준'이란 책을 보면 이런 법들이 제정된 이유,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과거 행정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던 역사에 대한 반성 때문'이라고 하면서, 특히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할 경우 선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당 대표도 정 장관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했는데, 선관위 해석 결과와 관련 없이 내년 총선 앞두고 이 지침서, 다시 한번 잘 정독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