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이들이 노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부모도 있습니다. 동네 놀이터에서 놀기 힘든,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안지현 기자가 밀착카메라로 담았습니다.
[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
바로 옆에 장애인복지관이 있는데도, 장애아동은 보이지 않습니다.
[강현주/서울 구산동 : (장애 아동은 놀이터에서) 한 번도 못 봤어요.]
[임채영/서울 구산동 : (장애아는) 못 봤어요. 여기서 많이 놀고 하는데도요.]
장애아동이 일반 놀이터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휠체어를 타는 경우, 모래 바닥에서 휠체어를 끌기 어렵습니다.
또 미끄럼틀에 이처럼 계단만 있으면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희귀질환으로 휠체어를 탄 온이도 놀이터에 오는 게 흔한 일은 아닙니다.
[조경미/희귀질환 아동 어머니 : 오전에는 학교, 오후에는 치료. 거의 그게 일상이에요. (놀이 공간으로 가는 곳은) 없어요, 집 밖에는요.]
장애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도 불편합니다.
[정미경/지적장애 아동 어머니 : 행동이 이상한 친구들이 딱 오면 쳐다봐요. 상대방 애들뿐 아니라 어른들도요.]
[이지영/지적장애 아동 어머니 : (아이들이) '왜 이런 것도 못 해요' 하면 제가 설명해주는 거죠. 처음에는 그 설명하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진짜.]
주위 시선에서 자유로운 복지관을 찾는 이유입니다.
이곳은 은평구의 한 사회복지관 내 실내놀이터입니다.
장애아동을 위해 설계됐는데요.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장애인 복지관 내 실내놀이터는 전국에 11곳뿐입니다.
[언어장애 아동 어머니 : 동네에 있어야죠. 어디 서울 시내 유명한 데 있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장애 아이 엄마들은 흔치 않아요.]
'무장애 놀이터'로 불리는 장애아동을 위한 실외 놀이터도 세 곳에 불과합니다.
아이들이 뛰노는 이 미끄럼틀은 평범한 미끄럼틀은 아닙니다.
무장애 놀이터인데요. 휠체어를 탄 아이들도 올라올 수 있도록 계단을 없애고 이처럼 완만한 경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외에 별다른 놀이기구는 없습니다.
[김영훈/서울 종암동 : 일단 장애 아동들이 같이 어울릴만한 놀이 시설이 없는 것 같아요.]
서울숲에 있는 또 다른 무장애 놀이터. 거대 조형물이 핵심 놀이기구입니다.
이곳 역시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는 게 전부입니다.
조형물 안 사다리는 일반 어린아이가 이용하기에도 위험해 보입니다.
이 같은 시설을 보완하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를 어린이대공원에 국내 최초로 만들 계획입니다.
아름다운 재단과 대웅제약 등 여러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아동 학부모의 의견도 담았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은희/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 : 장애 아동도 비장애 아동과 함께 미끄럼틀을 탈 수도 있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형태의 놀이 시설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또 다른 곳에선 장애 아동들을 이해하기 위한 인형극도 9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부열/우리두리 인형극단장 : 인형극을 통해 장애가 이상하거나 혐오스러운 게 아니고 다르다는 걸 알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어린이들이 인형극이 끝나고 질문을 하는 걸 보면 (장애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요.]
이들은 '통합 놀이터'라는 거창한 이름이 없더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터를 꿈꿉니다.
[이지영/지적장애 아동 어머니 : 놀이터에 애들 놀고 있으면 우리 아이가 그 옆에 가서 가만히 앉아있는데 '너 저리 가'라고 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것 하나만이라도 애한테는 좋은 경험이고, 좋은 놀이인 거예요.]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에 장애아동은 없는 모습. 어쩌면 이 비정상적인 모습에 너무 쉽게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장애아동을 위한 안전장치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편견 없는 마음이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