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얼마 전 식인물고기 피라니아가 강원도에서 발견돼서 이걸 잡으려고 저수지물을 다빼는 소동까지 있었죠. 이런 외래종이 우리 생태계를 파괴하는 실태가 좀 심각합니다. JTBC 취재팀이 팔당호를 몇 주 동안 관찰했는데요, 토종 물고기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수도권 2500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입니다.
취재팀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2주 동안 그물을 쳐놓고 팔당호 상류 지역의 수중 생태계를 관찰했습니다.
25미터 정치망 그물 속에 물고기가 가득합니다. 그물을 걷어올려 봤습니다.
[문명관/어민 : 이것도 배스, 그리고 다 블루길이요.]
배스와 블루길은 정부가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외래어종입니다.
그물 속 물고기의 종류와 수를 따져봤습니다.
물고기 231마리 가운데 블루길이 173마리, 배스가 11마리였습니다. 5마리 중 4마리가 외래어종입니다.
과거 팔당호에서 주로 서식하던 메기와 모래무지, 동사리 같은 토종 물고기는 한두 마리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고기는 물론, 알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배스와 블루길이 국내에서는 마땅한 천적까지 없어 개체 수가 급속히 늘어난 겁니다.
[문명관/어민 : 생태계 파괴죠. 토종들을 다 잡아먹으니까. 아주 싸그리 자기 새끼까지 다 잡아먹으니까.]
전문가와 함께 팔당호에 다시 찾았습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설치한 그물을 확인해 봤습니다.
이번에는 물고기 242마리가 잡혔는데 블루길과 배스가 216마리나 됐습니다.
열에 아홉이 외래종인 겁니다.
특히 손바닥만한 어린 블루길들이 눈에 띕니다.
[송호복 소장/한국민물고기연구소 : 최소한 블루길이나 배스의 개체 수가 줄지 않을 거고 이 정도의 상태를 유지할 거라는 뜻이죠.]
외래어종의 습격은 팔당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강원도 춘천호.
잠수팀과 함께 호수 속에 들어가 봤는데, 녹조가 심각해 바로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미리 설치한 그물을 확인하기 위해 호수 한가운데로 배를 돌렸습니다.
성인 팔뚝만한 배스가 잡혀 올라옵니다.
수조 속에 잠시 넣어둔 사이 배스가 메기를 한입에 집어삼킵니다.
죽는 순간에도 배스는 메기를 놓지 않습니다.
[장상균 춘천지부장/한국잠수협회 : 모든 토종 민물고기는 배스가 싹쓸이 하고 있다고 봐야죠. 하다못해 다슬기도 먹고 있어요.]
지난해 국립생태원이 전국 12곳의 대형 호수를 조사한 결과 6곳에서 외래어종이 토종어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고기 개체수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풍부도를 살펴봤더니 팔당호에서 블루길과 배스가 71%로 나타나 생태계교란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춘천호에서는 배스만 27%를 차지했고, 제주지역 일부 저수지는 외래어종에 완전히 점령당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1970년대 식용으로 들어온 배스와 블루길이 토종 생태계를 순식간에 점령한 겁니다.
지난 12일 북한강 수중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수초 사이로 어린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닙니다.
그 사이 먹잇감을 찾고 있는 배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잠수부가 작살을 쏴 배스를 잡습니다.
토종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배스를 일일이 제거하는 겁니다.
지자체가 킬로그램당 5천원에 외래어종을 수매하기도 하지만 워낙 양이 많다보니 상반기면 예산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매년 토종 어류 치어를 방류하지만 외래종에게 먹이를 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의 대책이 겉돌고 있는 사이 외래어종은 갈수록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