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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진 자원외교 '밑 빠진 독'…46조 왜 더 들어야하나

입력 2015-07-1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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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JTBC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자원외교의 문제점도 지속해서 보도해 드리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도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의 가정이 성립돼선 안 된다는 문제 의식이 있습니다. 즉, 국가가 시민의 세금을 함부로 쓴다면, 그리고 그런 정부에 문제 제기하는 언론이 없다면, 이라는 가정입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감사에 착수하면서 2003년 이후 116개 해외자원 개발에 들어간 돈이 31조 4000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호주와 영국, 페루, 카자흐스탄, 캐나다 등 8개 나라에서 현장 감사를 벌여 오늘(14일) 그 결과를 내놨습니다. 감사 대상을 첫 해외개발사업이었던 1984년 예멘 마리브 유전 개발 때까지 넓혀 보니 투자액이 35조 8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첫 발표 때보다 4조 4천억 원이나 늘어난 겁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만 32조 원이 투입돼 12조 8000억 원이 손실로 확정됐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48개 사업에 무려 46조 6000억 원을 추가로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가운데 7개 사업은 투자비용 회수가 어렵다는 진단까지 나왔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 해 예산의 1/7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자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들어가야 한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취재기자와 이 부분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주찬 기자, 46조 원이 왜 더 들어가야 하는 건가요?

[기자]

네. 계약을 맺은 나라나 해외 기업과의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앞으로 계속 추가되어야 하는 돈, 즉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데 필요한 돈이 무려 46조 6000억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35조 7000억 원 정도였으니까 이 금액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당장 5년 뒤인 2019년까지 절반에 가까운 22조 7000억 원을 써야 하고요, 10년 뒤인 2025년까지 15조 3000억 원을 더 써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2035년 이후까지 돈을 계속 써서 46조 6천억 원을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에너지공사' 3사별로 따져 보면 석유공사가 24조 원, 가스공사가 18조 원, 광물자원공사가 4조 6000억 원을 각각 더 투자해야 합니다.

[앵커]

그야말로 엄청난 돈이 계속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계약을 파기하려면 위약금을 내야 할 테고… 아무튼 계약상 묶여서 그렇다고 보면 구체적으로 어디에 돈을 쓰는 겁니까?

[기자]

석유공사의 경우 아프리카와 북유럽 쪽에서만 100여 광구에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석유탐사를 위한 시추작업을 벌이면서 생산시설이나, 설비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갑니다.

가스공사는 좀 더 심각합니다.

이라크의 아카스 가스전의 경우 수니파 무장단체인 IS의 점령으로 사업이 중단됐지만, 이라크 정부와의 국제계약 때문에 모두 3조 7000억 원을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광물자원공사는 대부분 광산 사업인데요, 멕시코 볼레오나 호주의 와이옹 광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분투자만 했기 때문에 광물 도입은 어렵습니다.

[앵커]

천문학적인 돈을 더 투입해야 한다면 긍정적인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회수할만한 가능성이라도 좀 있습니까?

[기자]

안타깝게도 비관적입니다.

추가 투자비 상당액을 부채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국민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감사원이 밝혔을 정도입니다.

감사원은 과거 유가 변동이라든지 그동안 주요 사업 실적 부진을 고려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2019년 부채비율이 134%에서 700%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때문에 막대한 위약금을 물고 철수할 것이냐, 아니면 계속 돈을 내야 되는데 이 역시 국민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 수가 안 보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다른 전문가들이 한 얘기도 아니고, 반대 당에서 한 얘기도 아니고 바로 국가기관인 감사원에서 결정을 내린 겁니다. 그렇죠? 그렇다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봐야 되는 건지. 이런 상황은 애초에 뭐가 엉켜서 이렇게 된 건지. 그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기자]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70년대 국제 석유파동을 겪은 뒤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투자를 했는데도 원유 도입 실적은 우리나라 연간 석유수입량의 0.2%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투자비 회수는 물론 자원확보도 제대로 못한 겁니다.

공기업의 부실을 가속화한 데는 2008년 '공기업 대형화 방침'에 따라 생산·개발 광구 등의 지분인수를 적극 추진하면서부터라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즉, 해외기업의 단순 지분만 인수해도 실적으로 잡아줬기 때문에 외형을 확대하는 꼼수를 부리려다가 이렇게 완전히 좌초가 됐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거기에 국민 세금이 다 들어간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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