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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유상 "동성 세명과 키스신…그 상황에 집중했다"

입력 2015-05-0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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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유상 "동성 세명과 키스신…그 상황에 집중했다"


"순간순간 연기하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배우 장유상은 티 없이 해맑았다.

인기 아이돌 '엑소(EXO)'가 출연하는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를 통해 이제 막 얼굴을 알리고 있는 장유상은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유망주다. 영화 '밤벌레' '원나잇온리' 등에서 동성연애자 연기를 몰입도 있게 소화하는가하면 지난해는 영화 '거인'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지금은 유승호·고아라 주연의 '조선마술사'에서 유승호의 보조 역할을 맡아 촬영에 집중하고 있다. 곱상한 외모로 "'위플래쉬'의 시몬스나 '킹스맨'의 콜린퍼스 같은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희망하는 그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언제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나.

"초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다. 만화 영화를 볼 때 성우들의 목소리를 듣고 처음엔 성우가 돼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라면서 목소리 뿐만 아니라 얼굴로, 몸으로 연기를 하고 싶어졌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다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부모님은 응원해주셨나.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는 한숨을 푹 쉬셨다. 크게 좋아하진 않으셨지만 크게 반대하지도 않으셨다. 가끔 '다른 거 할 생각없냐' '연기는 취미로만 하는 게 어떠냐'고 묻긴 하셨다. 내가 출연한 공연과 영화를 보여드리고부터는 좋아하시고 응원해준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순간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대단히 엄청난 배우가 될거야'라는 생각으로 그 목표를 좇기 위해 빠듯하게 살면 불행할텐데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아마추어 연극이든 상업영화든 드라마든, 순간순간 연기하는 게 행복하다. 연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결코 없었다."

-욕심이 없는 편인가보다.

"현재에 충실하면서 살자는 주의다. 일어나지 않을일을 걱정하거나 잡을수도 없는 것을 잡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현재를 즐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꿈은 이미 연극동아리 들어가던 고1때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배우 지망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연출 경력도 있던데.

"대학교에 연극영화과를 다니고 있으니까 연극을 연출할 기회가 있다. 학교 안에 대단한 연출가가 있는 게 아니라서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해볼 수 있다. 작년에는 1학년들을 데리고 연극 연출을 했다. 내가 1학년 때는 유연석 선배가 연출을 했다. 내가 그 계보를 이은 셈이다.

-선배 유연석은 어떤 사람인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다. 워낙 후배들을 잘 챙기고 학교 안에서 착한 선배로 유명하다. 연예인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출석을 잘 안하는 경우도 맣은데 학교도 모범적으로 다닌다. 학교에서도 연기 뿐만 아니라 조명·디자인·연출 같은 스태프들의 일도 도맡아 한다. 워낙 모든 일에 열심이라 귀감이 되는 선배다.

[인터뷰] 장유상 "동성 세명과 키스신…그 상황에 집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거인'이라는 작품을 했다. 첫 영화라 할 수 있는 '밤벌레'를 연출하신 감독님이 부르셔서 또 한번 같이 하게 됐다. 감독님이 학교 선배신데 내가 공연하는 것을 보고 밤벌레에 캐스팅하셨다. '거인'을 통해서 부산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영화관 개봉도 하고 평도 좋았다. 나에게 첫 장편 영화였고 그래서 처음 해보는 경험도 많이 있었다. 부산 국제 영화제도 가보고 VIP 시사회도 해보고 많은 사람들도 만났다. 그런 자리들을 많이 만들어준 의미 있는 작품이다.

-'호구의 사랑' 최우식도 함께 출연했던데.

"내가 우식이형의 동생 역할이었다. 연기하는 스타일이나 이미지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장편이 처음이어서 어리둥절한 와중에 나를 많이 챙겨줬던 기억이 있다."

-'밤벌레'에서는 동성연애자 연기를 했다.

"내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이후로 다른 작품을 할 수 있게 됐다. 퀴어 연기를 하는 데 크게 거리낌은 없었다. 새로운 역할을 해본다는 것이 마냥 설레고 기대됐다. '버림 받는 게이' 역할로 3명과의 키스신이 있었다. '이럴 때 한번 해보는거지'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노력을 했다. 연기에 앞서 '해피투게더' '브로크백마운틴' '후회하지않아' 같은 유명한 퀴어 영화들을 보면서 노력도 좀 했다. 혼자 카페 같은 데 가서 일기를 쓰면서 '나는 왜 이남자가 좋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이 형이 좋은데 왜 이형은 날 봐주지 않을까'라며 끄적였다. 상대를 여자로 바꿔서 생각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 상황에 집중했다."

-촬영 중인 '조선마술사'에서는 어떤 역할인가.

"유승호씨가 조선시대 마술사 '환희' 인데 그 옆에서 거들고 도와주는 보조 '먹쇠' 역을 맡았다. '환희'를 보면서 존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품었다가 그 마음이 질투로 변해 나중에는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복잡한 감정을 연기한다. '애증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

"촬영장 전체에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권위적이지 않고 배우를 존중해주고 친절히 대해주는 분위기다. 박철민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시다. 후배들에게도 장난 많이 걸어주셔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시더라."

-인기 아이돌 '엑소(EXO)'와 함께 작업했다.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라는 웹드라마에서 함께 출연했다. 아이돌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나도 기죽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갔는데 워낙 예의 바르고 다들 순하더라. 내가 나이로는 형인데 도움도 많이 받고 오히려 배울 점도 많았다."

[인터뷰] 장유상 "동성 세명과 키스신…그 상황에 집중했다"


-드라마와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영화는 넉넉한 시간을 잡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는데 드라마는 빠듯하게 촬영해서 공들일 시간이 부족하다. 방송을 내보내야 할 시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괜찮으면 '오케이'가 떨어진다. 그런 상황에 잘 맞춰가는 것 역시 배우의 역할인 것 같다."

-주연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주연을 하면 인지도도 높아지고 출연료도 더 많이 받을 거다. 부와 명성을 동시에 얻는 것은 물론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연기자로서 연기를 하는 것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독립 영화나 워크샵 연극을 중심으로 많이 하고 있다. 뭐가 더 중요하다, 뭐가 더 위대한 연기다라는 생각이 없다."

-호흡을 맞추고 싶은 여배우가 있나.

"제대로된 로맨스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동생 역할이나 게이 역할만 맡았다. 여배우와 제대로 된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그게 누구든 상관 없을 것 같다."

-가장 최근 촬영을 마친 작품은.

"'울보'라는 작품이다. 올해 전주영화제에 장편 경쟁 부문에 오르게 돼서 그 영화로도 뵐 수 있을 거다. 소심하고 공부만 하던 범생이 역할을 맡았다. 이 주인공이 '날라리' 여학생을 좋아하게 되면서 변화해가는 성장 드라마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지금은 머리를 기르면서 이미지가 좀 바뀌었는데, 어렸을 때는 연기하면서 곱상하고 선이 여리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내심 남자답고 멋있는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영화 '위플래쉬'의 시몬스 선생님이나 '킹스맨'의 콜린퍼스 같은 마초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 마음 속에 '상남자'가 불타고 있다."

-닮고 싶은 선배 배우가 있다면.

"박해일 선배님이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진지하면서 '연애의 목적'에서는 활달한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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